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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능력 정부’에 성난 나이지리아인들, 직접 총 든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3년 간 14000명이 피를 흘렸다. 이젠 참지 않겠다.”

최근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근거지인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활개를 치면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총을 드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보코하람에 대해 사실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무능력에 분노를 느낀 시민들 사이엔 자경단 조직 움직임이 활발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보코하람과 정부에 좌절한 나이지리아인들이 군대를 모으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보코하람이 최근 5년 간 북부 지역에서 급격히 세력이 불리며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지만, 시민들은 사실상 정부군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보코하람과 정부군 간 교전에서 1만4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뉴욕 외교협회는 추산하고 있다.

또 지난 4월엔 200명 넘는 여학생들이 북부 치복 시에서 보코하람 조직원들에게 납치당한 일이 발생한 뒤, 미국의 무인기와 영국 정찰기, 중국의 위성까지 투입됐지만 이 여학생들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그런 와중에 최근엔 인근 북동부 한 마을에서 부녀자와 어린아이 90명이 또다시 납치되는 일이 발생해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에 보코하람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시민들은 허술한 방탄조끼에 수제 머스킷총을 구입하고, 오합지졸이나마 민병대를 조직하고 있다.

특히 지난 1년 간 북부 나이지리아 지역에서 자경단 3개가 생겨 지역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렸다. 서로 긴밀히 연결돼있는 이 자경단에 합류한 대원들도 1만1000명이 넘는다.

나이지리아 자경단원들이 사용하는 총. 수제 머스킷총은 보통 개당 25달러에 팔리며, 외제 산탄총의 가격은 175달러까지 나간다. [자료=WSJ]

처음엔 무기라고는 각목밖에 없던 이들은 이제 산탄총도 보유하고 있다. 쿨르와 메사게라는 한 자경단원은 처음엔 24달러를 주고 머스킷총을 샀지만, 성능이 더 좋은 외제 산탄총을 구입하기 위해 175달러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최대 수준의 ‘무기고’를 자랑하는 보코하람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나이지리아는 각종 수제ㆍ군사무기 밀수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보코하람은 무기 밀수를 통해 로켓추진식 수류탄, 야간 고글, 병력호송 장갑차 등 각종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선전하기 위한 위성전화기까지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코하람을 견제하기 위해 무기 밀매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최근엔 목축이 활발한 중부 목초지역에까지 보코하람 공포가 확산 중이다. 지난 18개월 간 목부 500명이 죽고, 소 6만마리가 약탈된 이 중부지역의 시장에는 AK-47 소총과 바꾸기 위해 소를 내놓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WSJ은 전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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