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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남미 아동 엑소더스…미국 국경 넘는 아이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리오그란데 강.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를 가르는 이 강에는 오늘도 ‘아메리칸드림’을 위해 800만원 넘는 돈을 브로커에 쥐어주고 고국을 등진 아이들이 찾아온다. 희망을 잃어버린 땅 중앙아메리카를 떠나 미국에 밀입국하려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주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국경에 선 아이들’이란 제목의 최신호 기사에서 중앙아메리카의 이 같은 ‘엑소더스’가 미국을 시험대에 올려놨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미 지역의 악명 높은 범죄 카르텔 조직들이 벌이고 있는 아동 밀입국 사업은 그야말로 ‘성업’ 중이다. 성인과 달리 일단 미국 국경만 넘으면 추방 절차 완료까지 몇년이 걸리는 아이들은 수익성 높은 사업 아이템이다. 아이들을 미국 땅까지 실어나르는 대가로 이들은 한 명당 8000달러(약 813만원)를 받는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조직원의 힘을 빌려서라도 미국에 가려는 아이들은 줄을 섰다. 지난 8개월 간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에서 홀로 미국 국경을 넘으려다 걸려 붙들린 아이들은 3만4611명에 이른다. 2009년 3304명에서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국 국경수비대는 홀로 국경을 넘는 아동 체포 건수는 올 한 해 9만명으로 늘어난 뒤 2015년이면 14만2000명까지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자료=위키피디아]

아동 밀입국이 이처럼 급증한 배경엔 돈에 눈먼 카르텔 조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돈만 건네주면 합법적으로 시민권을 딸 수 있다고 속이거나, 미국에 안전한 도피처를 마련했다는 기만적인 라디오 광고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미국 정부도 불법 아동 밀입국을 막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

국무부는 자체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조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20일 과테말라에 방문해 밀입국 문제를 논의했다. 세실리아 무노스 백악관 국내정책 보좌관은 “(밀입국 근절이란)우리의 메시지를 충분히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민 개혁을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게 당직자들의 생각이다.

더 큰 문제는 중미 국가들의 아이들에게 합법적인 시민권 획득이란 당장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이 세 국가들에선 공통적으로 경제 침체, 조직범죄 증가, 마약 거래 횡행 등으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유괴, 살인, 고문과 관련된 끔찍한 이야기들이 매일같이 지역 신문지에 오른다.

밀입국을 시도하는 엘살바도르 아이들을 연구한 미국인 학자 엘리자베스 케네디는 이에 대해 “이 아이들은 믿을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면서 “(이들에게) 더이상 국가가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입국을 하려다 붙잡힌 엘살바도르 아이들의 66%, 온두라스 44%, 과테말라 20%는 ‘범죄와 폭력’이 조국을 떠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면 미국이 아니어도 좋다. 유엔이 집계한 통계 예비치에 따르면 이들 세 국가에서 인근의 멕시코, 니카라과, 벨리즈에 망명 신청한 건수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7배 늘어났다.

매트 살몬 하원의원(공화ㆍ애리조나)은 이에 대해 “아이들이 믿기 힘들 정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중미에서 혈혈단신으로 온 아이들은 단지 첫 번째 물결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같은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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