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동쪽의 파리’ 카라치, 테러ㆍ마약ㆍ납치로 얼룩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동쪽의 파리’로 불리는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가 종교분쟁과 테러, 마약밀매, 납치로 얼룩진 ‘소돔과 고모라’로 전락하고 있다.

수니파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의 불법행위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탈레반의 공항테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엔 종파주의 살인, 아동 폭발물 사망 등을 포함, 살인만 3251건이 발생했고 납치도 173건에 이르는 등 카라치는 범죄의 대명사로 불리는 무법천지의 ‘고담시티’로 변해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라비아해에 인접한 파키스탄 경제의 중심, 인구 2200만명의 카라치가 각종 범죄와 폭력사태로 고통받고 있으며 점차 민족적ㆍ종교적ㆍ사상적 문제가 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라치 시내 [사진=위키피디아]

미 국가인권위원회(HRC)의 분류에 따른 카라치의 살인은 지난해 3251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괴살인 뿐만 아니라 종파살인, 총기난사, 화형, 아동 폭발물 사망 등 다양한 방법의 살인이 자행됐다.

납치는 수니파 무슬림 극단주의자들과 파키스탄 탈레반이 주로 저지르는 범죄다. 납치 건수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이들 중 일부는 비밀리에 협상금을 주고 합의하는 경우도 있다.

납치의 대부분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돈을 목적으로 이뤄지지만 최근 탈레반이 저지른 카라치 진나이 국제공항 테러는 민족적 문제, 이데올로기와 종교적 중요성을 노출한 사건이었다고 FT는 평가했다.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은 지난 5년 동안 조금씩 도시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여성 교육참여부터 소아마비 백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반대하고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에 저항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혼란은 더 커져가고 있다.

카라치의 프랑스인 연구원인 로랑 가예르는 “카라치가 국가경제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민족적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어 파키스탄 정부로서는 카라치를 배제하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카라치는 파키스탄 세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무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신드인, 파슈툰족, 무하지르족, 발루치인, 펀자브인, 파탄인 등 다양한 종족이 한데 모여있어 ‘미니 파키스탄’으로 불린다.

민족적 다양성으로 인해 카라치의 힘의 균형은 변하고 있다. 세속주의 정당인 무타히다 카우미 운동(MQM)이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엔 탈레반과 극단주의 조직 민병대를 포함, 파슈툰족, 아프간 이민자들이 국경지역으로부터 밀려들면서 힘을 잃고 있다.

미군의 이라크 철수 이후 이라크가 혼란에 빠진 것처럼 내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안보공백, 탈레반의 세력확장이 현실화되면 인접국인 파키스탄도 그와 비슷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일부 파키스탄 정보 관계자, 안보 전문가, 투자자들은 사상적으로나 운영 면에서 중앙아시아 지역 알카에다, 탈레반과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와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카라치 항. [사진=위키피디아]

전직 육군 장교 출신으로 카라치에서 보안회사를 운영 중인 이크람 세갈은 “꽤 우려할만한 상황이며 시간을 다투고 있다. 정부는 가능한 빨리 북부 와지리스탄 지역(아프간 접경지역)을 통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지도부는 이라크군이 모술에서 무기력한 후퇴를 한 것처럼 아프간군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군사행동을 감행했다. 카라치 국제공항 테러로 40여 명이 숨지자 정부는 파키스탄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당국은 포병, 항공기를 포함, 3만5000명의 병력을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300명 가량의 탈레반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