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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휴가는 크림으로” - 푸틴, ‘푸초프카’ 압박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옛 소련 시대에 직장이나 노동조합 별로 배분되던 ‘푸초프카’(휴양시설 이용권).

주요 기업들은 주로 바닷가 휴양지에 자체 휴양시설을 운영하면서, 여름 휴가철에 직원들이 무료 또는 값싸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많은 기업들은 휴양시설을 처분했지만, 아직도 옛 시설을 그대로 두고 푸초프카와 같은 보조금 정책을 쓰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런 휴양시설이 몰려 있는 대표 지역이 바로 크림반도가 위치한 흑해 연안이다.


올 여름 크림반도에 다시 푸초프카가 부활할 조짐이다. 러시아가 국영기업들에게 직원 휴가를 크림으로 보내도록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관광청이 이 달 국영기업들에게 공문을 띄워 수만명 분의 ‘크림 패키지 여행권’을 사도록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말 러시아와 합병한 크림의 올 여름은 예년 같지 않게 썰렁하다.

매년 여름 600만 관광객이 넘치던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관광객의 3분의 2를 차지하던 우크라이나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렇다고 러시아인이 자국 국토로 편입된 크림을 애써 찾지도 않는다. 크림을 육로를 이용해 가려면 친 러시아계 분리주의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의 긴장이 여전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을 지나야하기 때문에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도 크다.

크림의 주력산업인 관광이 이처럼 휘청거리자 러시아가 내놓은 반짝 카드가 푸초프카인 셈이다.

수력발전회사 러스하이드로는 정부의 말을 고분고분 따른 회사다. 올해 직원이 크림에서 연례 휴가를 쓸 경우 평소 보다 많은 휴가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회사는 대략 6000명이 ‘크림 푸초프카’를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여행사협회의 블라디미르 칸토로비치 제1부회장은 “물론 사람들에게 그곳을 억지로 가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가 무료 여행을 보내준다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계도 ‘크림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통합 러시아당 간부를 비롯해 여야 의원들, 러시아 중부 우드무르티야 공화국 지도부까지 여름 휴가를 가족과 함께 크림에서 보내도록 주문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크림에 공무원들을 위한 휴양센터를 짓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지조직인 러시아 인민전선은 일부 국영기업이 직원 자녀에게 국내 여행이 아닌 해외 패키지 여행 경비를 보조해주자, 비애국적 행위라면서 해당 기업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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