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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내전은 ‘종파 딜레마’ 전형…5년내 재발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이라크 내전 사태가 ‘종파 딜레마(sectarian dilemma)’의 전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는 최신호에서 “인종ㆍ종파가 문제가 돼서 발생하는 내전의 3분의 1 이상이 5년 안에 재발하고, 다른 종파와 권력을 나누겠다는 약속도 거의 파기됐다”며 “2006~2007년 이라크 내전 이후 지금 재연되는 이라크 사태는 고착화된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미군 개입과 관련해서는 과거 이라크 전쟁과 접근 방식을 달리해 ‘가볍고 오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종파 딜레마에 빠진 이라크=포린어페어는 이라크 사태가 인종분쟁을 기반으로 발생하는 내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파 딜레마(sectarian dilemma)’의 전형이라고 규정했다. 


‘종파 딜레마’란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인종보다 국가를 중심으로 사고하도록 해야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작 종파간 갈등을 조장하면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의미한다. 인종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기껏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다고 해도 끊이지 않고 분쟁이 생긴다는 것이다.

포린어페어는 “인종이 문제가 돼서 발생하는 내전의 3분의 1 이상이 5년 안에 재발하고, 다른 종파와 권력을 나누겠다는 약속도 거의 파기됐다”며 “2006~2007년 이라크 내전 이후 지금 재연되는 이라크 사태는 고착화된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말리키가 퇴진하고 새 정부가 구성된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포린어페어의 전망이다. 물론 이라크 사태를 촉발한 반군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패배한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가 된다.

포린어페어는 종파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이라크 정치인들이 상당한 인내심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신들의 권력이 종파갈등을 부추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잡지는 “정치 지도자들이 헌법을 따르고 시민들도 누구나 법앞에 평등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들의 권력을 통제한다면 시민들은 종파보다 정치적 신념에 따라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 과정은 수십년이 걸리고 아마도 시작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미국 개입, 적을수록 좋다(?)=포린어페어는 미국의 개입이 장기적인 정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라크가 미국 중동 외교정책의 교두보이기 때문에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ISIS가 세력을 잃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접근해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포린어페어는 경고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더 오래가게 하려면 덜 개입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미군의 재주둔보다 종파에 의지하지 않는 정권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인센티브 중심의 우회적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군사적으로 이라크와 관계를 강화하려면 주둔기지를 만들 것이 아니라 정보 지원과 자문관 파견 등이 구체적인 방법으로 거론됐다. 공습 가능성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지만 우선 순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포린어페어는 ‘개입 최소화’ 전략으로 이라크와 군사관계가 좋아지면 시아파 총리가 군대를 정치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수니파 쿠데타 위협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린어페어는 “미국은 이제 긴 게임을 해야 한다”며 “초점은 종파에 얽매이지 않는 국가 건설에 맞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라크 지도자들이 종파 정체성과 무관한 선거구 개발 등에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매체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새로운 시작’(2009년 카이로)을 인용하며 이라크 개입 방법을 안내했다. 당시 연설에서 오바마는 “미국은 두가지 의무를 갖고 있다. 이라크인이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이라크인들에게 이라크를 넘겨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린어페어는 오바마의 약속 가운데 하나(이라크인들에게 이라크를 넘겨주는 것)는 지켰지만 나머지 하나는 지키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이라크인들이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이라크에 제대로 개입하라고 촉구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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