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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염 휩싸인 중동…불붙은 종파전쟁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시리아 전투기가 이라크 국경을 공습하고, 이란이 정찰용 무인기(드론)을 파견하면서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전쟁이 본격 불붙고 있다.

수니파 무장 반군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의 봉기로 촉발된 이라크 내전이 수니파와 시아파의 ‘맏형’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다 수니파인 ISIS와 시리아 알카에다 반군 ‘알누스라 전선’이 손을 맞잡고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를 협공키로 하는 등 종파 간 분쟁이 국경을 넘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이라크의 종파 분포도. 붉은색은 수니파, 파란색은 시아파다. 노란색은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곳. 현재 이라크 서부와 북부를 장악한 ISIS를 시아파 맹주 이란과 시리아가 둘러싸고 있다. [자료=CNNㆍ스트랫포]

▶이란ㆍ사우디 이슬람 맹주대결=이란과 사우디는 최근 시아파 정부와 수니파 반군, 쿠르드족으로 분열하고 있는 이라크 상황을 틈타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지난 2년 간 시리아 내전에서 충돌했던 양국이 이번엔 무대를 바꿔 이라크에서 또다시 격돌한 것이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시아파 맹주 이란이다. 이란은 ISIS가 사우디를 뒷배로 세력을 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사우디를 겨냥, “유감스럽게도 ‘오일달러’를 이용해 테러 활동에 자금을 제공하는 이슬람 국가들이 있다”며 “지금은 이 야만인(테러리스트)들을 이용해 다른 이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믿겠지만, 이들은 언제고 배신할 수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라크 시아파 정부에 대한 물밑 군사 지원에 나섰다.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서 이라크의 누리 알 말리키 총리로 이란의 ‘대리 투사’가 바뀐 셈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비행장에서 정찰용 무인기를 띄우고 정보부대를 파견해 통신을 감청하고 있다.

이란 수송기들도 하루 두 차례씩 비행하며 이라크군에 군수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 차례 비행에 70t의 물자가 옮겨질 만큼 상당한 규모다. 중화기, 경화기 및 탄약 등 다양한 군사 장비가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이란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Quds) 사령관인 카심 술라이마니 소장은 최소 두 차례 이라크를 방문, 정부군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쿠드스 장교 10여명은 아예 이라크에 상주하며 이라크군에 자문을 제공 중이다. 이들은 시아파 성지가 있는 이라크 남부에서 2000명 넘는 시아파 민병대를 조직하는 데 도움을 줬다.

전문가들은 소수 민족ㆍ종파가 많은 이란 정부가 이라크 내 종파 간 분열의 확산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만큼 알 말리키 정권에 대한 지원사격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대 이란ㆍ이라크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ISIS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게 이란의 입장이다.

▶시리아, 수니파 반군 공습=시아파 국가인 시리아 정부군도 ISIS에 화살을 겨눴다. ISIS로선 내부에선 이라크군, 동쪽에선 이란, 서쪽에선 시리아로부터, 안팎으로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다.

25일 CNN에 따르면 시리아 전투기는 전날 국경을 넘어 ISIS가 장악한 서부 안바르 주(州)의 국경도시 알카임을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민간인 최소 57명이 사망하고 120명 이상이 부상했다.

CNN은 시리아 내전이 격화됐던 2012년에 알카임이 시리아 정부군 로켓공격의 타깃이 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또 시리아 정부군이 25일 ISIS의 시리아 내 근거지인 북부도시 라카를 7차례 공습했다고 전했다. 이번 습격으로 여성과 아이를 포함해 최소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정부군이 ISIS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것은 최근 시리아 반군 내 알카에다 연계 테러단체 ‘알누스라 전선’이 서부 이라크 접경지역에서 ISIS와 동맹을 맺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수니파 무장반군들은 시리아 알부카말부터 이라크 알카임까지 이르는 국경 검문소를 모두 장악하게 됐다.

리비아 동부, 요르단, 예멘 등지에서 최근 조직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살라피스트 단체들도 ISIS를 향해 공개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니파 무장반군들이 잇달아 동맹을 맺으면서 위협을 느낀 시리아의 알아사드 대통령이 선제 공격을 통해 무장 수니파 반군 견제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알카에다도 분열=ISIS가 분파돼 나온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 조직 내부에선 ‘합종연횡’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활동반경을 이라크 내로 한정한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와 대립해온 ISIS는 같은 이슬람 반군에 대해서도 지나친 잔혹성을 보여 연초 알카에다로부터 퇴출됐다.

그런데 이번 이라크 내전을 계기로 ISIS의 손을 들어주는 알카에다 연계단체들이 나타나면서, 분열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AFP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 내 알카에다 연계 테러단체 ‘알누스라 전선’은 서부 이라크 접경지역에서 ISIS와 동맹을 맺었다. 지난 수개월 간 충돌해온 양측은 이를 통해 시리아 알부카말부터 이라크 알카임까지 이르는 국경 검문소를 모두 장악하게 됐다.

또 지정학 리스크 컨설팅업체 레번틴 그룹의 대니얼 니스먼 회장과 론 길런 부회장은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최근 알카에다 내부에서 ISIS를 지지하는 젊은 세력과 ISIS를 비난하는 기존 세력간 ‘신구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그동안 IS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 대해 지지 발언을 계속해왔던 튀니지 이슬람 무장단체 ‘안사르 알 샤리아’의 지도자 아부 아야드 알 튀니지는 최근 성명을 통해 ISIS에 축복을 내리지만 알 자와히리와 재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리비아 동부, 요르단, 예멘 등지에서 최근 조직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살라피스트 단체들은 ISIS를 향해 공개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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