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영함대의 쇠락…항공모함 퇴역, 병력도 역대 최저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한때 세계를 재패했던 대영제국의 군사력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3척이던 항공모함은 모두 퇴역해 한 척도 남지 않았다. 55년간 시행된 모병제로 지속적인 군 감축이 진행되면서 영국의 군인 수는 이발사보다 적어졌다.

징병제를 버리고 지난 1960년부터 모병제를 실시해 온 영국은 지속적인 예산 감축을 통해 병력과 장비를 줄여왔다.

군 내부적으론 병사 수 부족으로 안보 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직업군인 전환으로 인한 군 인사적체 등이 문제로 떠올라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 3월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을 통해 군축을 검토 중인 우리 국방부도 고민하게 될 문제 중 하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5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MoD)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영국군 정규 병력은 현재 총 15만9630명으로 18만5000명인 이발사 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빈서블급 항공모함 HMS 일러스트리어스. [사진=영국 국방부]

106억파운드(약 18조3600억원)의 예산 감축을 실시하고 있는 MoD는 군 구조개편을 통해 2010년 10만2000명에 달하던 육군 숫자를 2020년까지 8만2000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동시에 해군과 공군 정규군 병력도 각각 3만5500명에서 3만 명으로, 4만130명에서 3만5000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MoD는 이 병력 공백을 2018년까지 1만1000명의 예비군으로 메울 계획이지만 예비군 수도 크게 모자란 수준이다.

텔레그래프는 올해 2월 기준 정규군 모집은 실제 요구되는 인원 수보다 34%가 적고 예비군 모집 역시 57%가 모자라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MoD가 목표로 한 정규군 입대자 수는 9715명이지만 실제 입대한 인원은 6366명에 불과했고 또 이같은 병력 부족 문제는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로 참전하는 영국인들이 늘어 대략 400~500명 가량이 활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병사 수 확보가 절실한 MoD는 목이나 팔, 손에 문신을 한 사람도 입대할 수 있도록 기준 완화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역설적으로 고위 군 장성들의 인사 적체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육군의 훈련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해군의 경우 제독의 수는 38명이고 함장은 260명에 이르지만, 이들을 태울 선박의 수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 3척에 이르던 항공모함은 모두 퇴역해 2011년부터 운용하지 않고 있다. 구축함 수도 11척에서 지난해 6척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프리깃함도 21척에서 15척으로 감소했다.

텔레그래프는 항공모함이 한 척도 없다는 것은 ‘국가적인 불명예’란 전직 해군 제독의 말을 전하며 다행히 해군이 오는 2020년 6만5000톤급 HMS퀸엘리자베스호를 취역하며 30억파운드를 들여 HMS프린스오브웨일스를 건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해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군은 다목적 신속 전투 편대 수를 2000년 17개에서 지난해 9개로 줄였고 2010년 해리어 전투기 편대 74대를 한꺼번에 팔았다. 공군과 해군은 2018년까지 138대의 F-35기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그동안의 전력공백과 만만찮은 전투기 도입 예산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냉전 이후 유럽의 안보 문제를 자극하면서 이같은 군 예산 문제를 더욱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이었던 영국의 국방예산은 점차 감소해 현재는 2%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있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회원국 전부가 GDP의 최소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oD 역시 올해와 내년 국방 예산 2%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2017년 1.9%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영국 정치권에선 경기 회복으로 긴축 재정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 텔레그래프는 국방예산 추가 감축과 관련, 내년 총선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