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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코하람’ 테러로 올들어 2000명이상 사망…잇단 폭탄테러ㆍ부녀자 납치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정부당국과 지구촌이 선포한 ‘테러와의 전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잇달아 폭탄테러와 부녀자 납치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에는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던 쇼핑몰에서는 폭발물이 터져 최소 2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올들어 보코하람의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0명을 넘어섰다.

또 지난 21일에는 지난 4월 북부 나이지리아에서 여학생 200여명을 납치한 보코하람이 같은 곳에서 또다시 90여명의 여성과 아동을 납치했다. 피랍된 여학생들을 아직 찾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나이지리아의 국가 안보 대응능력 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 지구촌의 구호활동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6년 간 보코하람의 테러 활동. 2001년 창설된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은 2009년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을 장악한 이후 테러를 활발히 저지르고 있다. [자료=NYT]

▶월드컵 시청하던 쇼핑몰 폭탄 테러…20명 이상 사망= AP통신과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5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의 쇼핑몰에서 폭발물이 터져 최소 2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폭탄은 아부자 외곽 부유한 지역에 있는 쇼핑몰 에맙 프라자에서 시민들이 브라질 월드컵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의 F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관람할 준비를 하는 와중에 터졌다.

현지 관계자들은 축구 경기가 시작하기 1시간 전에 폭탄이 폭발했기 때문에 이번 폭탄 테러가 축구 관람객을 겨냥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현장 목격자들은 희생자 시신이 쇼핑몰 출입구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으며 여러 대의 차량이 불에 탔고 1km 이상 멀리에서도 검은 연기가 목격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21구를 수습했으며, 17명이 부상했다”면서 “용의자 1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슬람 반군의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무장반군 보코하람 소행의 폭탄 테러가 잇따라 자행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북부 최대도시인 카노시(市) 주립 보건대학원에서 폭발이 일어나최소 8명이 죽었고, 17일에는 대형 TV로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는 단체 관람센터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 21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다쳤다.

지난달에도 중부 조스시 버스 터미널과 도심 한복판에서 연이어 폭발이 일어나 최소 1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체불명 무장단체, 나이지리아 북부서 38명 살해=정체불명의 무장단체가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2개 마을을 공격해 어린이와 여성 등 주민 38명을 살해하는 일도 발생했다.

나이지리아 북부 카두나 주(州) 파단 카르시와 난두라는 마을에 지난 23일 정체불명의 무장단체가 갑자기 쳐들어와 총을 쏘고 방화하면서 어린이와 여성 등 38명이숨졌다고 AF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한 목격자는 “누가 왜 이런 공격을 했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상태”라며 “파단 카르시에서 21명, 난두에서 17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카두나 주 아흐메드 마이야키 대변인도 사망자 수는 확인했으나 어떤 집단의 소행인지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도가 섞여사는 카두나 주는 종종 선거와 다른 정치적 논쟁으로 자주 갈등이 폭발하는 곳으로 지난 2011년 나이지리아 선거 이후 수백 명이 살해당한 바 있다.

카두나 주는 특히 반복적으로 이슬람 무장반군 보코하람의 목표가 되어 왔으나 이번 폭력사태에 보코하람이 관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이다.

▶보코하람, 부녀자 90여명 또 납치=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보코하람은 지난 21일 북부 보르노 주(州) 쿰마브자 마을에서 부녀자와 여자아이 60명, 남자아이 31명 등 총 91명을 납치했다. 그 가운데는 3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쿰마브자는 보르노 주 주도 마이두구리에서 60~100마일 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로, 4월 여학생 납치 사건이 일어난 치복 시와 같은 주에 속해있다.

보코하람은 지난 19일 이 마을을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교전 과정에서 주민 30명 가량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주민 수백명은 인근의 다른 마을로 피신했다.

이 지역 자경단장인 압바 아지 칼릴은 나이지리아 일간 뱅가드에 “최소 4명이 무장괴한으로부터 도망치려다 사살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당국은 납치가 발생한 지 3일이 지나도록 이번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담보아 정부 고위 관계자는 AP 통신에 “대량 납치가 발생한 것은 맞다”고 했지만, 정부군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한 국가안보부 소속 정보장교는 납치가 쿰마브자와 다른 인근 마을 3곳에서 이뤄졌으며, 발생 시점도 21일이 아닌 지난 13~15일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이지리아 국방부는 23일 밤 트위터를 통해 “보르노 주에서 소녀들이 피랍됐다는 몇몇 보고들을 더 확인해 봐야 한다”고만 밝힌 상태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보코하람이 여학생 200명 이상을 납치한 지 2개월 만에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나이지리아의 치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 지역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마이두구리에 지휘본부를 설립했다. 군인 수천명을 투입해 피랍 여학생들을 수색하는 한편, 보코하람의 공격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굿럭 조너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주주의의 날 15주년 연설에서 보코하람에 대한 ‘전면전’을 펼치겠다고 선포, 대테러 의지를 강조했다.

국제사회도 발벗고 나섰다. 미국은 무인기 ‘글로벌 호크’와 유인 정찰기를 투입했고, 유엔은 보코하람을 알카에다 연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그러나 보코하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테러, 납치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달 초엔 보르노의 한 마을을 급습, 수백명의 마을 주민을 학살했으며, 23일에도 제2도시 카노의 한 대학원에서 폭탄테러를 일으켜 최소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보코하람에 의해 발생한 사망자 수는 벌써 2000명을 넘었다. 지난 4년 간 보코하람의 공격 때문에 3600명이 사망한 것과 견줘보면 피해 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에 대해 “(보코하람 근거지인)북부 지역에 정부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발생한 이번 납치 사건으로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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