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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함영훈> 고미술계 난맥상 발본색원, 지금이 기회다
석달 만에 방문객 200만명을 돌파한 DDP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곳은 대중의 마당으로 뛰쳐나온 간송 고미술품 전시였다. 그간 국정일정이 바빴던 박근혜 대통령도 ‘6월 문화가 있는 날’인 25일 시간을 쪼개 DDP의 간송문화전 현장을 찾았다.

혜원 신윤복 작품, 백자와 청자, 금동삼존불감 등의 진본은 마주 대하는 자체로도 감동이다. 그 때 그 시대의 얼과 이를 빚어내던 선조의 영혼이 전해지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간송 전형필 선생께서는 민족 혼을 지키려는 일념으로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고, 또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과연 문화재가 이렇게 보존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 때 마음이 뜨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고미술품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과거와 현재, 선조와 후손을 곧바로 교감하게 한다. 수백 수천년 축적된 한민족의 재능과 영혼을 공유하고 이를 나라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미술품을 존중하고 아끼는 일은 애국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이런 대통령의 마음과는 달리, 지금 한국의 고미술시장은 숱한 비리와 난맥상으로 얼룩져, 고미술품의 가치와 영혼 마저 훼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간송문화전 덕분에 올 상반기 고미술품 경매 낙찰액이 작년 한해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시장은 활기를 띠지만, 제대로 된 데이터베이스도 갖추지 않고, 감정, 평가, 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채 맞는 ‘활황’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

메스를 대야 할 곳이 너무도 많다. 무엇보다도 취급자의 도덕성이다. 검찰은 사실상의 정부 위임을 받아 고미술품 감정과 거래를 관장하는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을 횡령,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값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귀한 청자에 불명예의 불똥이 튀고 말았다. 그는 회장직을 17년 장기집권하면서 매장문화재보호법 등 혐의로 수차례 검찰 수사망에 오르기도 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을 포함하는 ‘봐주기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말도 들린다. 문화재청의 관리 감독의 부재, 과학적 감정법 개발 지연과 육안 감정 의존 관행 등 환경속에, 미술품 감정때 협회와 협회장의 입김이 막강해지면서 작품 진위 및 허위감정 논란, 검은 거래, 가격 부풀리기 등 숱한 난맥상들이 발생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허술한 관리는 ‘영산회상도’ 등 도난당한 보물이 경매 목록에 오르는 ‘공공연한 불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만약 사전에 막지 못했다면 고미술계 전체가 장물 거래 범죄자가 될 뻔하다. 정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전문인력 양성, 감정 평가 매뉴얼 작성 등 작업과 함께 문화재청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미술품을 둘러싼 질서확립과 정화에 나서야 한다. 행여 관피아니 유착이니 하는 얘기로 번지기 전에 말이다.

검찰과 감독당국은 고미술품에 대한 국민과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려, 이번 기회에 적폐를 일소해야 한다. 100여년만 지나면 고미술품 반열에 오를, 오늘날의 작품에 깨끗한 영혼이 담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발본색원은 시대의 소명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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