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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국내] 회장님 맛집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냉면집 단골 구본무 LG그룹 회장…곰탕집 즐겨찾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특별취재팀, 염유섭 인턴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0년대 종종 딸들과 함께 청담동 거리에 나타나곤 했다. 그는 당시 20대였던 부진, 서현 자매와 함께 까페 ‘하루에’에서 와플 등을 즐기며 딸들과 데이트를 했다. ‘시안’ ‘하루에’ ‘카페 드 플로라’ 등 청담동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90년대 까페들엔 이들 재계 3~4세 뿐 아니라 1세대 아이돌도 종종 모습을 보였다. 당시 트렌드세터들이 청춘을 보낸 청담 아지트는 10년만에 세대교체가 됐다. 본격적으로 기업 승계에 나선 차세대 재계 리더의 ‘단골집’도 이와 함께 달라졌다.

▶해외 단골집, 국내 들여와 뉴 아지트로=채동석 애경 부회장은 일본 출장시마다 후쿠오카의 돈코츠식 라멘집 ‘잇푸도’를 자주 찾다 2011년 아예 국내로 들여왔다. 신사동 잇푸도는 한달에 한,두번씩 꼭 찾는다. 채 부회장은 육수에 된장, 계란반숙, 돼지고기 등을 더한 ‘카라카멘’을 즐겨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푸도 매니저는 “살짝 구운 연어에 와사비 드레싱를 뿌려 사케와 함께 먹는다”고 귀띔했다. 잇푸도는 배우 이서진도 즐겨 찾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 유학시절 반한 도쿄 긴자 ‘기요타 스시’의 단골이다. 일본 황실 출장만찬을 전담하는 50년 역사의 명품 초밥집인 이 곳은 초밥 본래의 맛을 내기 위해 간장 대신 소금을 찍어먹는다.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호텔신라의 30주년 기념식에는 기요타 스시의 기무라 마사시를 초청해, ‘기무라 스시 갈라 디너’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 이 갈라 디너의 가격은 1인당 40만원이었다.

최근 폴 바셋 등 외식업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도 일본의 스타 요리사 살바토레 쿠오모를 스카우트 해 이탈리아 식당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를 런칭한 바 있다. 나폴리 스타일로 비교적 비싸지 않은 식당인 이 곳은 한 때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을 비롯한 패션업계 최고경영자들이 즐겨 찾곤 했다.

이처럼 재계 부호들의 입맛은 종종 사업이나 경영 등으로 활용되곤 한다. 실제로 애경은 잇푸도 외에 일본 카레 브랜드인 ‘도쿄하야시라이스클럽’도 들여왔다. 농심 역시 일본에서 카레식당 브랜드 ‘코코이찌방야’를 가지고 와서 성업중이다. 일본 현지의 보도에 따르면 코코이찌방야의 한국 지점들은 홍콩과 함께 세계의 코코이찌방야 가운데 가장 매출이 높다.

남양유업의 경우도 이탈리아 식당 ‘일치프리아니’를 운영하고 있다.

재계 거부들의 식당 투자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기호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증된 아이템들을 들고 들어오는 덕분에 성공 가능성도 높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고 검증된 해외 음식을 맛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경제규모에 비해 열악한 수준인 국내 요식업 시장을 감안하면, 자체 개발없이 굳이 남의 나라것만 들고 들어오는 것이 정당한가의 지적이다. 


▶재계 부호 … ‘멋과 향에 예민한 취향 숨기지 않는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주말 오후 청담동 도산공원 인근에서 시간을 보낸다. 평양면옥, 세시셀라(Ceci Cela) 등 브런치는 한식과 양식을 가리지 않고 즐기지만, 식사 후 코스는 같다. 국내에 스타벅스를 들여온 그 답게 식후에는 항상 커피가 필수다. 정 부회장의 주말 코스로 자리잡은 곳은 청담동의 루소랩. 인근의 커피지인도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루소랩에서도 커피지인에서도 주로 마시는 커피는 케냐 피베리다.

커피 열매 하나에 2개의 생두가 들어있는 일반 커피와 달리 1개만 들어있는 피베리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커피로, 끝에 신 맛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전체 커피 나무 가운데 7% 정도만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케냐 피베리를 핸드드립으로 내려 아이스로 즐겨마신다. 루소랩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독특한 향을 느낄 정도로 커피를 잘 아는 분”이라고 전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지난해 초 문을 연 한남동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 바 ‘vault 82’의 단골이다. 가끔 홀로 찾아 마시기도 한다. 간판도 없이 알음알음 알려진 이 곳은 로마의 휴일 같은 고전 영화나 재즈음악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 있는 바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에 소개될 정도다. 글렌피딕과 맥캘란의 기본 제품은 물론 한 병에 90만원에서 1600만원대인 ‘글렌파클라스(Glenfarclas)’ 1953~1997 빈티지 시리즈 45종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맥캘란 ‘라리끄(Lalique)’ 시리즈를 전시해 놓기도 했다.

와인바 역시 여전히 재계 부호들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와인북카페’는 800종의 와인이 구비돼 특급 호텔보다 리스트가 배 이상 길다. 이병헌 이민정 커플 등 유명 연예인들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
NHN의 창립멤버들은 청담동의 ‘55도 와인앤다인’을 주로 찾는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 등이 단골이다. 와인의 풍미를 더할 제대로된 마리아주(결합, 배합이란 뜻으로 와인과 잘 맞는 음식을 뜻함)를 선보일 뿐더러 감각적인 인테리어도 이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추억 어린 소박 한 맛, 냉면ㆍ곰탕ㆍ콩국수도 즐겨=시청 인근 콩국수집 진주회관에는 보기 드물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문 흔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2002년 9월 삼성이 태평로 사옥을 본사로 사용하던 시절, “아버지가 찾으셔서 그러는데, 콩국수 좀 담아주시겠어요”라며 음식을 포장해갔다고 한다. 실제 이건희 회장은 이 곳 콩국수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건강을 챙기는 그룹 총수답게 담백한 육수의 평양냉면도 재계 리더들의 단골메뉴다. 지난해 여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본사 인근 동대문 평양면옥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은 후 외상을 진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직원들과 식사 후 지갑을 두고 나온 것을 깨달아 “저 두산 회장인데요, 죄송하지만...”양해를 구하고 외상으로 식사를 한 후 갚았다고 전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냉면을 즐긴다. 서울 강남 을지병원 인근 평양면옥도 즐겨찾고, 판교로 이사한 후에는 또다른 평양냉면집인 ‘능라도’에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마포구 을밀대 단골이다. 구 회장은 2011년에는 을밀대의 에어컨 20대를 일제히 바꿔주는 ‘통 큰 한턱’을 내기도 했다.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5층의 일식당 ‘키사라’ 등 사옥 내부식당을 애용하는 편이다. 구 회장은 ‘키사라’에서는 대구간국을 즐겨 먹는다고 전해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해외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명동 ‘하동관’에서 곰탕을 먹는다. 이곳은 1939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한 집에서 들여온 한우만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김 회장은 한 달에 한번, 특히 해외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여행 가방을 끌고 가게를 찾았다. 그는 주로 1만2000원짜리 특 사이즈 곰탕을 주문한다. 조미료 없이 전통방식으로 끓인 육수에 살코기와 일반 곰탕에서는 찾기 힘든 소 내장을 삶아서 넣는 것이 특징이다. 김희영 하동관 사장은 “비서가 사갈 때도 있지만 주로 혼자 와 티를 내지 않고 먹고 간다”고 전했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소개된 서울 서초동 ‘잡어와 묵은지’에는 LG, GS 계열 오너 일가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초기엔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다녀갔으며 허명수 GS건설 사장도 가끔 찾는다. 신진도 앞바다에서 자연산 활어를 공수해 된장과 묵은지를 함께 내놓는다.

청담동의 태국 레스토랑 ‘소이22(SOI22)’도 떠오르는 재계 단골 식당이다. 재계 관계자는 “유학 시절 태국 레스토랑이 접하기 쉬워 재계 리더들이 당시 추억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은 점심시간에 소이 22에 들러 태국식 쌀국수와 똠양꿍 등을 즐긴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자사 주류와 함께 즐기기 위해 저녁시간에 주로 방문한다고 전해진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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