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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2의 질풍노도 시기’ 스물아홉, 그렇지만 괜찮아

서른이라고 하면 막막했다. 그래도 윤곽은 갖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세련된 여성 팀장 정도, 집에선 착실한 주부, 아담한 아파트와 중형 자동차 한 대. 서른쯤이면 그런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벌써 스물아홉 언저리. 여중생 때 ‘백마녀처럼 서른이 되지는 않을 거야’라며 바랐던 것 가운데 무엇 하나 이뤄낸 것이 없다. 어학연수 다녀와서 인턴에 5학년까지 다녔지만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고, 아빠가 넣어준 친구 분 회사에 출근하다가 그것도 관두었다. 대안으로 선택한 게 공무원시험 준비였다.

최근 발간된 <스물아홉, 늦었다고 하기엔 미안한>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 여자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자들에게 있어서 스물아홉은 굉장히 복잡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해이다. 직장생활 2,3년차에 접어들어 일은 어느 정도 손에 익었지만 ‘이 길이 내 길이 맞을까’라는 고민을 하루에 수도 없이 되새기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고, 일과 결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며, 곧 맞이하게 될 서른이라는 나이에 겁먹어 이유 없이 불안, 초조해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SNS를 통해 비춰지는 친구들의 일상은 마냥 행복해보이기만 한데 자기 자신만 찌질한 것 같고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정체돼 있는 것만 같은 걱정에 괜스레 용하다는 점집만 전전하기 일쑤다.

<스물아홉, 늦었다고 하기엔 미안한>은 사춘기 때 이후로 뜻하지 않은 질풍노도의 시기에 또 한 번 맞닥뜨리게 된 스물아홉들에게 ‘서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괜찮아,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희망적인 책이다.  

한설 저자가 서른에서 마흔 사이의 여성 31명을 직접 인터뷰해 스물아홉 살의 기억을 추려내어 4명의 주인공으로 압축했으며 그들의 고민과 외로움, 좌절, 실망, 도전, 즐거움, 희망 등 공감할 수 있는 감정변화를 그대로 녹여냈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에세이 및 소설 스타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공감하이브리드에세이’라는 장르로 이름 붙여진 이 책은 일이라는 현실과 이루고 싶은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정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알 수 없는 내일 때문에 불안해하는 수정, 평온해 보이는 전업주부지만 남모를 아픔으로 인해 전전긍긍하는 효선, 대학 5년을 다니면서 어학연수에 인턴까지 다 했지만 취업에 번번이 실패해 공무원 준비 중인 민재의 이야기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겪은 열 살 많은 서른아홉의 선배 미영을 통해 ‘서른을 넘어서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지막하게 조언하고 있다. 

‘어디 있는지도 모를 ‘진정한 나’ 때문에 괄시를 당하는 게 ‘지금의 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지금의 나를 있는 대로 받아들여 줘’하고 바라면서, 스스로는 기준을 높여 잡고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며 자신을 몰아세우고 구박하기 일쑤다’라는 문구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스물아홉이 있고 수많은 사람의 수만큼 존재하는 모든 인생 또한 훌륭하다고 역설하는 이 책은 남의 기준에만 맞춰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는 스물아홉 청춘들에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길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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