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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부, 채권단과 대립각 왜?
구조조정 차질에 金회장 사재출연 압박…‘결단’ 거부땐 채권단 경영권 박탈 가능성


채권단과 동부그룹의 갈등의 근본 원인은 구조조정 작업의 차질 때문이다.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 매각 지연과 함께 당초 계획했던 자산매각도 제 값을 받지 못하면서 동부의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자 채권단은 추가지원을 위해 김준기 회장 일가가 동부화재 경영권이 달린 지분을 담보로 내놓고, 동부제철에도 사재를 출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동부 측은 이를 거부했고,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동부제철의 올 회사채 만기도래분은 내달 5일 700억원, 8월26일 400억원 등 1100억원이다. 하지만 이 회사채를 빼고도 채권단에서 빌린 돈 어마어마하다. 단기차입금만 6000억원이 넘고, 담보대출액도 2조원을 웃돈다. 자산매각으로 이 빚을 크게 줄이지 못하면 자율협약을 체결하자는 채권단의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앞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와 대한전선은 모두 최대주주 경영권이 박탈됐다.

금융당국은 동부그룹에 27일까지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동부가 이를 거절하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워크아웃을 동부가 피할 방법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밖에 없다. 끝내 양측이 타협하지 못하면 파국인 셈이다.

한가닥 유일한 희망은 포스코의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 인수다. 그런데 포스코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설령 인수한다고 해도 가격이 당초 동부측이 기대했던 1조5000억원이나, 채권단이 기대했단 1조원 안팍보다 훨씬 낮은 7000억원 아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매각가 1900억원을 예상했던 동부특수강도 1100억원에 팔렸는데, 그나마 재무적투자자(FI) 몫 7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동부의 금고에 유입되는 현금은 당초 기대액 1200억원보다 한참 부족한 400억원에 불과하다. 자산 매각이 이뤄져도 그 가격에 따라 구조조정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동부의 다른 주요 계열사 상황도 여의치 않다.

동부메탈은 지난 5월 320억원의 회사채를 담보부로 발행했는데 동부증권이 이 가운데 300억원을 인수했다. 지주사격인 동부CNI도 지난 20일 250억원의 담보부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역시 이 가운데 240억원을 동부증권이 인수했다. 담보자산의 실제가치가 회사채 최고액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융권이 인수를 꺼린 탓이다. 이젠 시장에서 돈을 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김 회장이 지분 100%가진 개인회사로 동부메탈, 동부팜한농의 대주주인 동부인베스트먼트(DBI)도 자본잠식으로 벼랑 끝에 서있다. 이 회사는 동부메탈 지분으로 사모펀드에서 돈을 빌렸는데,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상환압력이 높다. DBI에 문제가 발생하면 동부팜한농의 경영권이 동부그룹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넘어갈 수 있다. 동부가 김 회장의 사재를 DBI에 먼저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홍길용ㆍ신상윤ㆍ박수진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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