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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손미정> 홈쇼핑 · 甲질 그리고…
누군가는 설마 그럴까라고 반문했고, 누군가는 무릇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홈쇼핑의 일탈된 행태가 결국 수면 위로 떠올랐다.

23일 홈쇼핑업계의 독과점적 시장구조와 납품 경쟁을 악용해 납품 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해온 혐의로 신헌 전 롯데홈쇼핑 대표와 임직원 7명이 구속기소되고, 전현직 MD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최근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가 대화 중 ‘억울함’을 호소한 적이 있다. “홈쇼핑이 중소기업이 설 수 없는 자리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에게 최대한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상생’이란 큰 움직임에 ‘최선’이라는 단어로 답했다. 하지만 이번 롯데홈쇼핑의 납품 비리와 횡령이라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자니 그 ‘상생’이란 단어는 비단 진실일 지 언정 마냥 공허하다. 홈쇼핑의 이미지가 도매금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홈쇼핑시장은 불공정한 거래의 유혹을 받기 쉽다. 아무리 쪼개고 쪼갠들 하루가 24시간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정된 자원은 홈쇼핑이란 유통채널을 자연히 ‘갑(甲)’으로 만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어렵게 론칭에 성공해도 황금시간대에 배정받지 못하면 미리 확보한 재고물량을 소진할 수 없는 ‘선입고’ 구조여서 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단순히 ‘갑질’에 취한 한 홈쇼핑업체에게만 돌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물건을 만들었지만 판로가 없다. 그래서 홈쇼핑은 영세업체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다. 롯데홈쇼핑, 벤더업체에 돈을 건넨 것으로 밝혀진 중소 영세업체 6곳은 품질과 생산력이란 정당한 경쟁항목을 두고 리베이트를 택했다. 간절함은 ‘을(乙)’에 대한 정서법상 이해할 수 있을지 언정 현실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롯데홈쇼핑의 비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그나마의 교훈이 있다면, 홈쇼핑이 본연의 업을 버리고 납품업체의 지갑이 부당하게 열리는 순간 홈쇼핑 뿐만이 아니라 풍운의 꿈을 안고 메이저 채널을 꿈꾸던 중소 영세업체들까지도 모두다 ‘공멸’한다는 사실, 그 뿐이다.

손미정 소비자경제부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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