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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루텐 프리 ‘건강 열풍’…그 불편한 진실
밀가루에 함유된 단백질 ‘글루텐’…일부 사람엔 설사 · 영양장애 유발
글루텐 프리 시장 4년새 2배 성장…영양학적으론 성분차이 별로 없어



최근 미국인들 사이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루텐을 넣지 않은 이른바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이어트나 소화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인기지만, 글루텐을 함유한 식품과 영양학적으론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10년 전만 해도 글루텐을 아는 미국인은 거의 없었지만, 이젠 3명 중 1명꼴로 글루텐 섭취를 피한다”면서 글루텐 프리 식품의 실상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 식품의 유행은 웰빙과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시작됐다. 밀가루에 주로 들어있는 단백질인 글루텐이 일부 사람들에겐 설사와 영양장애를 동반하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저탄수화물’ ‘유기농’ ‘자연산’ 등의 유행이 글루텐 프리로 옮겨간 것이다.

또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전면에 나서 ‘건강 식단’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다이어트와 체력 증진을 위해 글루텐을 먹지 않는다는 유명 연예인들도 이 같은 유행을 부추겼다. 원인 불명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글루텐 프리 식단을 도입한 일부 의사들도 글루텐 프리 돌풍을 불러온 한 요인이다.

이에 글루텐 프리 식단을 직접 시도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사를 할 때 글루텐을 피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전체의 29.4%로 4년 전 25.5%에 비해 3.9%포인트 늘었다. 글루텐 프리 시장은 지난해 230억달러 규모로 성장, 4년 새 2배 이상 불어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이처럼 폭발하는 글루텐 프리 수요에 발맞춰 관련 제품들도 우후죽순 출시되고 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2007년부터 글루텐 함량이 20ppm 미만이면 글루텐 프리로 표기할 수 있도록 규정 완화를 추진하면서 업계의 글루텐 프리 바람이 거세졌다고 WSJ은 설명했다.

미국 식품기업 제너럴밀스의 경우, 글루텐 프리라고 표시한 식품이 600개가 넘는다. 그 중 대표적 시리얼 상품인 ‘첵스’에서 글루텐 성분을 뺀 글루텐 프리 제품은 2008년 출시 이래 매년 두자릿수 판매 신장을 거듭하며 큰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글루텐 프리 제품의 이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과 달리, 시판 제품 중에선 글루텐의 함량만 낮췄을 뿐 당류나 탄수화물은 되려 더 많이 함유한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유명 파스타업체 바릴라의 ‘글루텐 프리 스파게티’ 제품은 같은 중량의 ‘통밀 스파게티’와 비교했을 때, 칼로리는 같으면서도 지방과 나트륨, 당류는 더 적었다. 글루티노의 ‘글루텐 프리 사과ㆍ시나몬 시리얼’은 일반 제품과 달리 칼슘, 철분, 비타민 A와 C를 하나도 함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마고 우탄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 영양정책담당 대표는 “이젠 정크푸드도 ‘글루텐 프리’로 포장돼 유통되면서 이 글루텐 프리 유행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며 “도넛은 글루텐 프리든 아니든, 여전히 도넛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글루텐= 밀이나 보리 등 곡류에 들어있는 불용성 단백질. 글루텐은 끈적거리는 성질이 있어, 밀가루 반죽을 쫄깃하게 하고 빵을 부풀게 한다. 밀가루는 글루텐의 함량에 따라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뉜다. 그러나 글루텐은 신경계ㆍ면역계ㆍ관절ㆍ치아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특정 체질의 사람들에겐 설사나 복통 등 소화 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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