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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월드컵] 슈팅제로 박주영…의리축구, 실리는 없었다
‘홍명보의 아이들’ 중용 논란
승패 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

전쟁터에서 이기고 지는것은 일상적인 일이란 뜻의 한자 성어다. 전쟁과 다름없는 축구 역시 전술의 실패 또는 선수들의 실력 부족으로 상대에게 패하는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번째 경기였던 알제리전에서 전술의 실패와 실력 부족은 명확히 드러났다. “우리는 지난 경기에 나쁘지 않아 계속 이어나가려고 했다”는 것이 ‘패장의 변’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바뀌었고 심지어 러시아와 같은 유럽팀이 아닌 전혀 다른 아프리카팀이었다.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1차전 선발엔트리에서 무려 5명을 바꾸며 큰 폭의 전술 변화를 뒀다. 알제리는 러시아전과 똑같은 전술을 들고 나온 우리팀을 상대로 우리의 약점을 꿰뚫고 있는것처럼 철저하게 한국을 무너뜨렸다. 패착이었다.

알제리와의 전반전, 그야말로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던 선수들이었다. 역대 가장 어린 대표팀답게 선수들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감독이 벤치에서 나와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연속된 세차례의 실점에 전반부터 과감한 교체카드를 꾀할 수도 있었지만 변화는 없었다. 역시 패착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런던올림픽에서의 성공으로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까지 앉았다. 아직 프로팀을 지도해본적도 없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감독이기에 이런 패착들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경험이나 실력의 부족만으로 패배로 이어진 게 아니란 점에서 축구팬들은 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깨고 합류시킨 ‘애제자’박주영(29ㆍ왓포드)의 선발출전 고집, 런던 올림픽 대표팀 출신 ‘홍명보의 아이들’ 위주의 ‘엔트으리’ 논란이 다시한번 홍 감독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

결과라도 좋았으면 무마됐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피할 곳이 없다. 지난 러시아전에서 단 한개의 슈팅도 하지못한 박주영을 또다시 선발로 기용했다. 박주영은 이번 알제리전에서도 슈팅 ‘0’의 행진을 이어갔고 후반전 그가 교체돼 나간 후 한국팀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

홍 감독은 월드컵 대표팀 선발 기준에 대해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할 것”이라던 원칙을 깨고 소속팀에서 끝모를 부진으로 출장기회 조차 받지 못하던 박주영을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국민정서상 민감한 과거 병역연기논란까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며 축구팬들의 물음표가 찍혔지만 홍 감독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2012 런던올림픽 선발 당시 “박주영이 군대 안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감싸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반면 대표팀 유망주인 손흥민에 대해선 “대표팀은 손흥민을 위한 팀이 아니다. 무조건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은 맞지 않다”라는 등, 틀린 말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기를 살려주던 박주영과는 다른 대접을 하기도 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명분과 원칙 지켰어야=중국 삼국시대 제갈량은 자신이 끔찍히 아끼던 부하 마속이 군법을 어기자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벴다. 그의 뛰어난 능력을 알고 있던 천하의 제갈량도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원칙을 지켜 백성과 군사들의 신뢰를 얻은 것이다.

전쟁을 치르는데 수장의 원칙과 신뢰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으리’ 없는 축구를 해야한다. 사사로운 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냉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들처럼 감독의 전술에 맞는 선수나 ‘팀 컬러’를 따질만큼 우리 대표팀 선수층은 두텁지 않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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