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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양반들, 도망간 노비 官의 힘 빌려 추적
과거의 도망자와 쫓는자
수 천 년 법의 역사는, 도망과 추적의 역사와 다름 아니다. 다만 시대에 따라 범죄의 기준이 다른 만큼 도망과 추격의 긴장감은 사뭇 다르다.

도망간 노비를 쫓는 ‘추노’는 오늘 날에는 없는 범죄자를 잡기 위한 전문가다. 그런데 드라마 ‘추노’처럼 권력있는 양반이 사적으로 전문가를 고용해 도망간 노비를 잡아들이는 방식은 아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찾아낸 조선 세조 6년(1460)에 작성한 노비 추쇄(追刷) 문서에 따르면, 당시 양반들은 도망간 노비를 관의 힘을 빌려 추적하는 방법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여자노비 몰개가 일가족 4명을 데리고 달아나자 이들의 소유주인 순흥 안씨 집안에서 관청에게 이들을 찾아달라고 탄원서를 낸 것에서 알 수 있다.

오늘날처럼 공권력이 강력하지 않던 시절에는 도망자가 추적자를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19대 숙종 시절 기록을 보면 ‘조선판 조폭’으로 불리는 검계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사람을 쫓아가 재물을 뺏고 죽이거나, 과부를 집단 유린한다. 별다른 건수가 없으면 패싸움을 일삼는 오늘날의 ‘조직폭력배’다. 정부는 검계 일망타진에 나선다. 당시 포도대장 장붕익은 검계 조직원이 몸에 칼자국을 낸 것을 깨닫고, 몸에 칼자국이 있는 자들을 모두 검계 조직원으로 간주해 잡아죽인다. 살아남은 자도 발뒤꿈치를 베어버렸다.

그런데 쫓기던 검계들은 포도대장의 엄벌에 앙심을 품고 장붕익의 집을 습격한다. 하지만 암살 기도는 실패했고 포도청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 검계를 소탕한다. 당시 검계들은 장붕익의 이름만 들어도 혼비백산했다고 전한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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