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사건축소 ‘꼬리자르기’형…檢칼날 ‘피하고보자’형도
역대 유명 도망자들 왜 도망쳤나
몸통 숨기려는 꼬리자르기형…김우중 전 회장이 대표적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검찰조사 피하려고 입국 거부
‘유전무죄 무전유죄’ 지강헌…형량 억울함에 탈주 감행

수개월 째 수사당국의 포위망을 피해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처럼 시대별로 신출귀몰한 도망자들이 늘 있었다.

짧게는 수일부터 길게는 수년 동안 그들은 수사당국의 애간장을 태운 것은 물론, 대중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유명인이 되기도 했다.

그들이 당국의 포위망을 피해 도주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떤 이는 사건을 축소하려고 정권의 비호를 받아 해외로 도주했고, 일부는 서슬 퍼런 검찰의 칼날을 피하고자 도망자의 길로 들어섰다. 혹자는 억울함을 참을 수 없어 탈출을 감행하기도 했다. 역대 유명 도망자들을 유형별로 살펴봤다.

▶사건 확산을 막아라…‘꼬리자르기’형=도망자들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꼬리자르기’형이다.

상위 권력의 비리까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고 사건의 중간책 격인 인물이 해외로 도주해 몸통을 숨기는 것이다. 보통 이들은 수년간 해외 도피생활을 하다 수사당국과 귀국시기를 협의한 후 검찰로 압송되는 수순을 밟는다.

꼬리자르기형의 대표주자는 바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9년 10월 중국 산둥성 엔타이 대우자동차 부품공장에 방문했다가 돌연 사라졌다. 당시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의 퇴출을 막고자 정ㆍ관계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은 터라 그의 잠적을 두고 정치권의 해외도피 권유설이 설득력 있게 확산됐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2003년 1월 경제주간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부 고위관리의 설득 때문에 한국을 떠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2005년 6월 귀국한 후 검찰 조사에서 ‘채권은행단의 권유’로 잠적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세풍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역시 사건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미국으로 도피한 ‘꼬리자르기’형 도망자다. 그의 도피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로 흘러들어 간 비자금의 실체는 끝내 규명되지 못했다.

이밖에 2000년대 초 한반도를 강타했던 3대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김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과 김영준 D신용금고 실소유주, 오기준 신양팩토링 사장,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 등도 게이트와 연결된 정권 실세를 보호하려고 해외도피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심문이 무서운 ‘피하고보자’형=검찰 조사를 피하기 위해 도피를 감행하는 ‘피하고보자’형도 있다. 이들은 수사당국의 정치적 독립성을 믿지 못하거나 검찰 취조 자체가 두려워 도망자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인터폴의 좁혀오는 포위망 때문에, 혹은 도피 생활로 얻은 신병으로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히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의 ‘막후 실세’였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피하고보자’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천 회장은 당시 대우조선해양 협력사인 임천공업 대표 이모씨로부터 40억 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았는데, 이미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청탁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아 다시 유죄가 인정되면 실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에 천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하려고 허리디스크 등 신병 치료를 이유로 입국하지 않았다.

종금사 인허가 비리로 미국으로 도피했던 이환균 전 재정경제원 차관 역시 이 유형이다. 이 전 차관은 지난 1996년 15개 종금사의 인ㆍ허가 당시 주요 결제 라인에 있어 검찰은 그를 종금사 인허가 비리의 핵심 인물로 꼽았다. 하지만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해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 IMF 당시 4000억원대 금융사기를 친 변인호씨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중국으로 도주했다. 변씨는 1997년 사기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신체질환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던 중 중국으로 도망갔다. 


▶내 억울함을 만천하에 알리려는 ‘억울해’형=도망자들 중 일부는 죄목이나 형량 등에 억울함을 참지 못해 도망자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보통 수일 내, 길어도 수개월 안에는 공권력에 의해 붙잡혀 가중 처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잡힐 때 저항을 심하게 하면 현장에서 사살되기도 한다.

‘억울해’형 도망자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탈주범 지강헌씨다. 지씨는 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징역 7년과 보호감호 10년의 처분을 받은 후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 중에 12명의 공범과 함께 탈주했다. 그가 탈출을 시도한 것은 바로 형량의 억울함 때문이다. 그는 겨우 500만원을 훔쳐 17년의 형량을 선고 받았지만, 수십억 원을 횡령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는 고작 7년을 받았다. 지씨는 1988년 10월 한 주택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이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외치며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졌다. 하지만 지씨는 결국 경찰이 쏜 총에 사살됐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