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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건너 불 구경’에 신난 조선주, 순항 시작?…실제 수주 확인돼야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암초에 걸려 앞으로 나가지 못하던 조선주가 모처럼 나온 호재에 반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등 국내 ‘빅5’ 조선주는 연초 이후 평균 25%가량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지난주 유럽 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가 호재로 인식되며 주가 상승을 위한 예열을 시작했다.

여기에 세계 3대 해운사의 동맹체 결성이 무산되자 선박 발주량이 늘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지면서 상승 엔진이 가동됐다.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Mediterranean Shg Co), 프랑스의 CMA-CGM 등 세계 1~3위 해운사는 ‘P3네트워크’라는 선사연합을 구성하려 했다. 이들은 세계 컨테이너 해상 물량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 연합체가 구성되면 운송 비용 최소화와 비용 절감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국내 조선주에겐 악재였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가 자국 업체에 불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연합 승인을 불허하면서 P3네트워크 참여사들은 출범 작업을 멈췄다. 협력이 아니라 다시 경쟁으로 돌아선 것이다. 시장에선 이들 대형 해운업체가 각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선박 발주를 늘리고 발주 선박도 대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고객’인 조선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P3네트워크 무산으로 해운시황은 무자비한 완전경쟁으로 들어설 것”이라며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호재가 어두웠던 조선업종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신조선 수주량은 작년 12월을 정점으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4~5월 월평균 수주실적은 2011~2012년 불황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황 사이클이 긴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2015년은 돼야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 2분기 증권사들은 조선업종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로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9.1%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한 주 사이 순이익 추정치가 0.7% 감소하는 등 눈높이도 여전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큰 폭의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주의 2014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40배에 달한다. CSIC 등 해외 조선주들의 PER이 7~15배 내외란 점을 감안하면 고평가 상태다. 반면 2014년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이 1.7%에 불과할 정도다. 이는 15~20%에 달하는 케펠(Keppel), 셈코프(Sembcorp) 등 해외 경쟁사의 ROE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선주는 주가가 많이 내려왔지만 워낙 업황이 좋지 않아 밸류에이션만으로 투자 매력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P3네트워크 무산으로 실제 수주가 얼마나 의미있게 증가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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