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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집단자위권 미화, 2차대전과 오버랩” 도쿄대 교수 규탄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집단적 자위권 용인 수순을 밟고 있는 일본 열도에 한 노교수의 규탄 글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도쿄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인 이시다 타케시(石田雄ㆍ91ㆍ사진)는 최근 아사히신문에 글을 싣고 “나는 2차 대전 당시 살상명령에 따를 각오를 할 수 없었다”며 자신의 아픈 참전 기억을 털어놨다.

이시다 교수는 1943년 도호쿠(東北) 대학 재학시절 학도병으로 2차 대전에 참가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복역했다.

그는 당시 “전쟁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아름답게 선전되고 있었다”고 회고한 뒤 “군대는 국민의 기대를 짊어지고 있었고 자신도 애국심을 품은 군국 청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입대 후, 궁핍한 국민을 외면한 채 온갖 접대로 먹고 마시는 상관의 부패에 환멸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또 “군인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명령이 받으면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며 “실제로 살인명령을 받지는 않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명령을 받고 움직이고 있을 뿐인 적군을 살해할 각오는 생기지 않았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아름다운 말로 숨겨져 있던 현실을 경험한 입장에서 지금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담론에 위태로움을 느낀다”고 날을 세웠다.

이시다 교수는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예로, 대피하는 일본인을 태운 미국 함선을 자위대가 보호하는 것을 들면서 ‘아이들이 타고 있는 미국의 배를 우리가 지킬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명을 구한다’는 등 감정에 호소하는 말이 무책임한 정책결정의 구실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국민은 일시적인 감정에 동요하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논리적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한계를 둔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시다 교수는 “집단적 자위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다른 나라는 지키기 위한 무력행사가 용인된다. 자민ㆍ공명 양당은 한정적인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지만, 조건을 뒀다고 해서 전쟁터에서 ‘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도중에 빠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전장에서는 명령계통이 일원화돼 자위대는 실질적으로 미군의 지휘 아래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며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면 미국과의 관계는 유리하게 될지 모르지만, 상대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적(敵)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적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자위대원의 희생, 일본 본토에의 보복, 재외 일본인 피해 등 오히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위험성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시다 교수는 “작은 무력 충돌이 모여 긴장이 고조되고 (결국) 제동력을 잃는 것이 과거 전쟁의 역사다”며 “타국에 무력행사를 용인하는 결과가 작은 분쟁으로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터무니없는 일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타국의 적’을 살해하는 것이나 그것이 초래할 보복은 군인과 일본 사회에 있어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된다”면서 “정부는 가장 큰 희생을 치르게 하는 사람의 입장이 돼 정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목소리를 높여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책임”이라며 일본 국민의 각성을 촉구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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