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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그다드 앞 20마일 진격의 ISIS…말리키 ‘풍전등화’
이라크 총리, 美에 공습 공식요청
이라크 반군이 최대 유전시설을 장악한데 이어, 수도 바그다드 턱밑까지 진격해오면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국가ㆍ종파 통합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우방국인 미국에서는 정계의 퇴진 요구가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라크 최대 북부 바이지 유전은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의 손에 넘어가고 반군은 수도 바그다드 북쪽 전방 20마일(32㎞)까지 진출을 시도하는 등 말리키 총리의 운명은 ‘리더십의 위기’에 대한 걱정에 앞서 ‘생존’마저 위협받는 처지다.

절박한 말리키 총리는 미국에 공식으로 공습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반대여론이 높은 상황인데다, 과거 간간이 미국과 등을 돌리고 친이란 성격의 독단적인 행보를 보여온 터라 그의 정권 유지를 위한 개입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리더십의 실패…위기의 말리키=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치권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말리키 총리의 리더십 실패를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할 것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말리키 정권 퇴진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곳에서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현재 이라크 정부는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간의 정부차원에서 약속한 통합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말리키 총리가 “현재 이라크 위기와 상황을 타개하고 통치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평가했다.

말리키 총리의 리더십 실패는 집권 초기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일부 정치인들은 오히려 말리키 총리를 수니-시아파 간 종파 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집권 1년 만인 2007년,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과 칼 레빈 의원은 그를 총리직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클린턴 의원은 시아파 위주의 말리키에 대해 우려하며 이라크 의회에 “덜 분열되고 더 통합을 가져올”인물을 선택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그는 “이라크 민주주의를 존중하라”며 퇴진 압력을 넣는 정치인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당시 총리 교체를 주장했던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에 대해서도 “외교적으로 할 수 없는 말”이라며 불쾌해했다.

▶권력욕에 눈먼 말리키, 정치적 통합 실패=2011년 미군 철수 이후 이라크 내 분쟁이 심화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수니파 지도자들과의 통합을 통해 알카에다와 맞설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말리키 총리는 오히려 반군과 강력히 맞서 지역 수니파를 끌어들이고 활용하는데 실패했다.

여기에 집권 2기 들어 권력에 욕심을 보이며 국방장관과 내무장관을 공석으로 둔 채 부처를 장악하기도 했다. 수니파 최고위 인사인 타레크 알 하셰미 부통령을 암살단 조직 혐의로 체포 명령을 내려 정치권내에서도 종파간 갈등이 심화됐다.

해외 도피 중인 타레크 알 하셰미 부통령은 “권력 망상에 사로잡힌 말리키 총리가 정적 제거에만 열중하고 있다”면서 “이슬람과 아랍 세계는 이제 말리키 총리를 이란의 앞잡이로 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수니파 의원들은 말리키 총리가 권력을 독점한다며 비난했고 2012년 말부터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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