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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월드컵] ‘믿을필더’만 믿는다
역전·다득점 많은 이번 대회…듬직한 수비형 MF 활약이 관건
新진공청소기 한국영 맹활약…몸사리지 않는 플레이 역습차단
네덜란드 데용, 파괴자의 전형…伊 피를로는 볼공급 역할도


유난히 역전 경기와 다득점 경기가 많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이다. 19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치러진 20경기 중 6경기에서 역전 승부가 펼쳐졌다. 역전승을 했던 팀들의 특별한 공통점은 경기당 3골 이상의 골 풍년 와중에도 실점은 오직 1점 밖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비결은 안정적인 수비력이다. 조직적으로 잘 꾸려진 수비진영으로 역전을 차단한다. 수비의 안전성은 추가 실점 가능성을 봉쇄해 역전의 발판이 된다. 이처럼 역전승을 일구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수비진영 중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의 존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2014 월드컵 승리의 조건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활약으로 판가름 되는 분위기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성격과 역할에 따라 크게 ‘디스트로이어(destroyerㆍ파괴자)’, ‘딥라잉플레이메이커(deep-lying playmaker)’, ‘volante(볼란치)’로 나뉜다. 파괴자의 성격을 갖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오직 수비만을 위해 존재한다. 후방 4백 라인에선 스위퍼가 최종 수비라인에서 상대팀의 공격을 차단한다면, 파괴자는 수비진영 전방에서 스위퍼와 같은 역할을 자청한다.

지난 14일 스페인을 5-1로 대파한 네덜란드에선 니헬 데용(AC 밀란)을 파괴자의 전형과 같은 활약을 펼쳤다. 데용의 플레이는 거칠다. 태클의 정확도가 높지만 위험한 태클이 많아 별명이 사냥개 ‘테리어’다. 이 경기에서 데용은 미드필더와 공격의 패스 연결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대역전극의 발판을 놨다.

지난 18일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의 역활도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파괴자의 역할을 맡았다. 러시아의 역습을 차단하고 치열한 몸싸움으로 사전에 공격을 차단했다. 한국영은 “경기 후 내 유니폼이 모든 선수중 가장 더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흙 범벅이 되고 싶었다”며 어떤 심경으로 수비에 나섰는지 진솔하게 털어놨다.

딥라잉플레이메이커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은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를로는 15일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롱패스면 롱패스, 숏패스면 숏패스 패스 어떤 것에서든 ‘마스터’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공격형 미드필더같은 딥라잉플레이메이커는 실질적으로 에이스다. 전형적인 홀딩 미드필더와는 다르게 낮은 지역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해 나간다. 기술과 다양한 패스를 통해 압박을 벗어나고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공을 전달한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본연의 의무도 잊지 않는다.

최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유도 루카 모드리치가 딥라잉플레이메이커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에서 딥라잉플레이메이커를 보유한 팀은 강팀이 된다.

포루투갈어인 볼란치는 사전적으로 ‘운전대’를 의미하는데,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이다. 지난 17일 독일이 포르투갈을 이긴 것은 포루투갈의 역적 페페(레알 마드리드)의 조력 외에도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 필립 람(바이에른 뮌헨)의 기여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볼란치로 분류되는 람은 원래 포지션은 윙백이었다.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경기가 없진 않지만 월드컵에서는 처음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운전사’를 맡았다.

볼란치들은 수비수들에게서 패스를 받아 공격진형으로 공을 배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딥라잉플레이메이커와 비슷하지만 수비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람은 원래 윙백답게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패스 연결로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축구에서 어느 하나 필요없는 포지션은 없지만 최근 축구의 대세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경기 지배력’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도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역할이 팀을 웃고, 울게 만들 것이다.

조용직 기자ㆍ신현식 인턴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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