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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정받고 싶어”…자취방 인증샷 유행
여행·음식 등 취미 공유 넘어
은밀한 사적영역으로 확산 추세…‘외로운’ 1인가구 증가도 한몫

“이웃과의 소통 부재 시류 속…자기존재감 과시 심리의 표현”



18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축구 커뮤니티 자유게시판. 게시물 하나를 클릭하자 ‘흔한 방 풍경’이 펼쳐졌다. 나무로 된 창틀과 하얀색 책상, 그 위에 놓인 널찍한 컴퓨터 모니터와 옷가지 등. 이 방은 네티즌 A 씨의 방. 게시물의 제목은 ‘자취방 인증’이었다.

최근들어 자신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원룸처럼 자신이 거주하는 방 사진을 찍어 남들에게 공개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 커뮤니티만 해도 방 공개 사진을 심심치 않게 엿볼 수 있다.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한달 남짓한 기간에 올라온 자취방 인증 사진은 10여건. 다른 커뮤니티에서 퍼온 방 사진까지 있다.

일반적인 게시물의 조회수가 100건을 넘지 못한다면 방 사진 게시물에는 200건이 넘는 식이다. 댓글 역시 ‘나도 자취하고 싶다’, ‘내 방이랑 천지차이’와 같은 부러움의 표출부터 ‘전형적인 대학가 자취방’이라는 등 공감과 방에 대한 수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긴 보증금, 월세 얼마냐?’, ‘저 화분은 어디서 샀느냐?’ 등 같은 정보 공유성 댓글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인테리어 관련 정보나 소품 구매처 등을 공유하는 내용의 글이 많았다면, 근래에는 목적없이 방을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 꾸민 방이 아닐 때도 많다. 게시자들도 여성에서 남성으로 확대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를 드러냄으로써 존재감을 확인받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자기가 하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표현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방 공개의 주요한 심리적 배경으로 거론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25%였다. 1인 가구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곽 교수는 “자기 비밀을 얘기하면서 친해지는 경우처럼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지면서 방을 공개해 친밀감을 쌓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의학과 교수 역시 “남들과 함께 자기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바로 옆 사람과의 인간관계, 정서적 친밀감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 한다”며 “음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듯 타인이 봐주고 인정해주고 댓글 남겨주고 칭찬해주어야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사생활까지 이런 인정 욕구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방 공개도 나오게 된 것”이라며 “독일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가 타인에게 인정 받으면서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을 드러낸다고 말한 것처럼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지웅ㆍ박혜림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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