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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펑펑 새는 나라곳간, 감시기능 작동은 하나
국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은 정부 부처 사업이 연간 350건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2년 결산보고서를 검토한 결과가 그렇다.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 게 대부분이고, 다른 부처와 중복되거나 아예 편성 자체가 잘못된 것도 적지 않았다. 복지 수요 등 재정 지출 요인은 매년 늘어나는 데 경기 침체로 세수(稅收)는 되레 줄어드는 판이니 한 푼이라도 아끼는 예산 집행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나라 곳간은 줄줄 새고 있다. 예산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예산 낭비 사업의 상당수는 예비타당성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현행 국가 재정법에는 사업비가 500억원이 넘거나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이 넘으면 반드시 이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 시작 단계부터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전국 자전거길 구축사업’이 그 대표적 사례다. 국비 4000억원을 포함해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인 대규모 건설사업이지만 해당 부처는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감사원이 이미 건설을 마친 14개 구간의 자전거 통행량을 조사해 보니 10개 구간은 한 시간에 자전거가 10대도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자전거는 통근 통학 등 도심에서 많이 이용되는데 전용도로는 엉뚱한 곳에 너무 많이 깔은 것이다.

전남 함평에 200억원 가까이 들여 짓고 있는 ‘뱀 생태 공원’도 마찬가지다. 아나콘다 등 뱀 90종 600여 마리를 전시하겠다며 지난해 7월 공사를 모두 마쳤다. 그런데 아직 문을 못열고 있다. 공원 운영비가 연간 10억원이 드는데 1억원 안팎의 입장 수입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수요 조사를 엉터리로 했고 정부가 이를 걸러내지 못한 탓이다. 3만명 규모의 지자체로서는 애초부터 무리한 사업이었다.

지난해 덜 걷힌 세금이 8조5000억원이나 된다. 올해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4% 안팎의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반면 나라빚은 1년 사이 40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의 재정건전성도 안심할 수 없다. 경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아끼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예산 집행단계에서부터 비효율적 요소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예산을 낭비한 부처는 다음 회계연도에 그만큼 예산을 깎는 징벌적 삭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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