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에 따르면 한은이 지난 1999년 통화정책 운용방식을 통화량 중심에서 금리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기준금리 제도(2008년 3월까진 ‘콜금리목표제’)를 도입한 이후 취임한 박승, 이성태, 김중수 전 총재는 모두 첫번째 금리 조정은 인상이었다.
지난 2002년 4월에 취임한 박승 전 총재(22대)는 임기 시작 두달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연4.0%→4.25%)로 올렸다. 이후 1년만에 다시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이성태 전 총재(23대)는 2006년 4월에 취임한 뒤 석달만에 0.25%포인트(연4.0%→4.25%) 올린 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 세차례 추가 인상에 나섰다. 김중수 전 총재(24대) 역시 2010년 4월 취임 후 넉달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연2.0%→2.25%) 올렸고 이후 1년 안에 무려 네 차례나 더 인상을 결정했다.
역대 총재들이 취임 후 첫 기준금리 조정에서 하나같이 인상을 결정하는 데에는 일단 인상을 해놓으면 임기내 통화정책운용 면에서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만일 이주열 총재가 향후 금리를 내리게 되면 한은이 기준금리제를 도입한 이래로 통화정책방향을 금리인하로 스타트한 첫 총재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현재로선 여전히 금리 인상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5월에 거시경제 흐름을 전제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는데, (경기가) 잠재성장률 이상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확신이 들 경우엔 지금도 그 발언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로 인한 내수타격이 지표로 확인이 될 경우 통화정책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새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요구해올 경우 정책공조 차원에서 이를 방관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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