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 포럼 - 유인상> 공공관리제도의 허와 실
언제부터인가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주춤해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찬바람이 이곳에도 분 탓일까? 물론 그러한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탓만도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정부는 경험과 전문성 부족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조합과 시공자간 부패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사업에 공공관리제를 도입하였다. 본래 취지는 그 동안 공공부문이 축적해 온 사업추진 노우하우를 조합에 전수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문자 그대로 모든 절차를 공공이 관리하게 함으로써 투명성도 함께 확보하자는 의도였었다.

그러나 공공관리제 4년 동안의 시행 성적표는 참담한 결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것은 대부분의 사업지구가 지연 또는 중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울시 공공관리 제1호 시범지구인 성수전략정비구역 1·2·3·4지구는 아직 조합조차 결성되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공공관리 시행이전 서울시 전체 신규주택 공급물량 중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3.6%에 이르던 것이 공공관리제 시행이후 27.1%로, 무려 65%가 급감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공공관리제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길래 이토록 치명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공공관리제의 적용 상황을 잘 들여다보면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파이낸싱이 원활치 못하다는 것이다. 모든 사업이 잘 굴러가려면 초기부터 재원조달이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공공관리제하에서는 모든 자금흐름이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로부터 융자를 받아 사업자금으로 사용토록 하고 있는데 담보 등 조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융자받기가 어려운 것이다.

둘째로 시공자 선정 시기가 문제이다. 시공자 선정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사업초기부터 자금력, 경험과 기술을 갖춘 누군가가 나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공자는 조합결성 이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리 선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시공자를 아예 사업초기 단계에서부터 배제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의 간섭이다. 당초 공공부문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이것이 현장에서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공공관리제 도입을 기회로 정비사업 관련 조직과 인원을 100여명이나 대폭 증원하였다. 그리고 각종 자료제출, 보완·반려 등 사사건건 간섭함으로써 사업 추진을 지연시키는 등 효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효율성을 위해 모처럼 마련한 투명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투명성 확보라는 명제 하에 모든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숨도 못 쉬게 통제한다면 이 또한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제라도 이러한 문제점이 하루 빨리 시정되어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의한 신규주택 공급기능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유인상 한국주택협회 상근부회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