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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문철수> “자살 방지하는 사회적 분위기 만들어야”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우리나라 성인 중 10%가 자살을 생각해봤을 만큼 우리의 사고는 외부 환경과 자극에 취약하며 즉흥적이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은 생각에 그치지만, 누구에게는 그것이 실제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는 외부의 자극과 사회적 분위기가 특정 상황에서 심각한 오판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극도의 심리적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조그만 정보에도 섣부른 기대와 왜곡된 판단을 낳을 수도 있다. 미디어심리학에서도 이 점에 주목해 자살 동기 역시 미디어를 통해 학습되고 내면화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생명보험 가입자의 자살에 재해사망금을 지급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생명보험사가 재해사망특약 가입자의 자살에도 일반사망보험금의 2~5배에 달하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을 ‘실수로’ 적용했고, 뒤늦게 문제를 파악한 보험사가 2010년 문제의 약관을 개정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2010년 이전에 가입한 사람이 자살한 경우에는 원래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보험사에 권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필자는 까다롭고 복잡하기로 유명한 보험약관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 문제의 생명보험사를 포함해 다른 보험사의 비슷한 생명보험에 2010년 이전에 가입한 사람이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가입자가 일반사망보험금의 2~5배에 달하는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다면, 자살의 심리적 문턱이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자살의 문턱을 낮추는 좋지 않은 사회 현상들이 자주 일어나 걱정이 큰 데, 생명보험 가입자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논란이 자살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1964년 뉴욕, 키티 제노비스라는 20대 여성은 귀가하던 중 주택가에서 스토커 남성으로부터 살해당했다. 이 과정에서 키티는 큰 목소리로 구조요청을 했고 주민들은 집에서 전등을 켜고 이 광경을 지켜봤다. 하지만 35분 동안 벌어진 참혹한 범죄에 누구 하나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른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의 전형적인 사례로 알려진 키티 제노비스 사건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9년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지 않고 지켜만 보는 것 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방관자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방관자적 위치에서 자살을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 않나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생명보험 가입자의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논란 역시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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