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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노사 다툼 부를 두 건의 대법원 판결
노사 관계에 다툼의 여지를 남길 대법원 판결이 연달아 나왔다. 대법원 3부는 17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업무와 관련해 백혈병 등에 걸렸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16일 대법원 2부는 예고없이 이뤄져 회사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파업에 한해서만 노조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3부의 판결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첫 판례다. 재판부는 산재법 시행령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은 ‘예시적 규정’일 뿐이라고 했다. 직접적인 발병원인이 아니라도, 재해인정 기준을 충족 못했더라도 벤젠 등 유독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이나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 발병했다고 판단되면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삼성전자의 백혈병 사망 근로자 협상과 맞물려 재해인정의 보편적 판례가 될 듯하다.

대법원 2부의 판결은 파업으로 인한 노조의 업무방해 혐의를 축소 판시한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상당수 조합원이 잔업과 특근을 거부했지만, 일시에 모두 거부한 게 아니고 특히 파업 기간 중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도 아니면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06년 철도노조 파업에 업무방해죄 무죄를 선고하고 지난달 27일 서울남부지법이 2012년 파업을 주도한 MBC 노조에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고,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판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두 건의 대법원 판결은 자칫 노사 현장에서 적지않은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우선, 업무상 재해 기준을 그저 예시적 규정이라고 판단한 것은 문제다. 대법원이 법 기준을 무시하면 자의적 법해석이 난무하게 된다. 명확한 기준을 새로 만들지 않으면 접점없는 소모적 소송 속에 노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예고된’ 파업은 정당한 것이며 파업으로 인해 ‘심각한’ 손해를 입지 않았다면 불법이 아니라는 식의 법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막아보려 회사가 각고의 노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들, 노조를 돕는 결과만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장하는 것은 그 어느 가치보다 소중하다. 다만 모호한 기준과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그 가치가 훼손되고 오히려 노사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하면 안된다. 이제 곧 사상 유례없는 하투(夏鬪)가 예고되고 있다. 보다 명확하고 현실감있는 판결과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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