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학가 뺨치는 동네 프로그램 수강전쟁
경직된 분위기 · 경기침체 원인…미술 · 탁구 · 서예 · 노래교실 등
질좋고 값싼 프로그램 즐비…방학철 인기과목 ‘하늘의 별따기'



서울 송파구 잠실4동에 사는 주부 김민영(32) 씨는 지난 16일 오전 8시50분께 초조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10분 후인 오전 9시부터 주민자치회관 프로그램 ‘수강신청’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몇달 전부터 여섯살 딸이 참여할 아동미술 프로그램을 신청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 오후 1시간씩 3개월 동안 진행하는 아동미술 수업의 정원은 12명이고, 수강료는 4만5000원이다. 이날 인터넷으로 8명을 접수받는데 매번 경쟁률이 높아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오전 9시 정각이 되자 송파구 평생학습센터 수강신청 사이트의 문이 열렸다. 김 씨는 곧바로 수강신청을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몇분 후 ‘접수가 완료됐다’는 알림창이 떴다.

흔히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수강신청 전쟁이 여름 방학과 휴가 시즌을 앞두고 ‘우리 동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동네 프로그램 인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경기 침체로 주민들이 값비싼 휴가ㆍ해외연수보다 동네 프로그램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각 지역 주민센터에서는 탁구, 서예, 노래교실 등의 과목을 개설하고 매 분기마다 주민들의 수강신청을 받고 있다.

인원이 제한적인 일부 인기 과목의 경우 신청자가 몰리면서 수강신청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일부 과목은 수강신청이 시작되고 10분만에 ‘신청마감’ 표시가 뜨기도 한다.

특히 여름 방학을 앞두고 수강신청 경쟁이 가장 심하다. 잠실4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여름방학이 끼어있는 7~9월 강의에는 다른 때보다 좀 더 수강인원이 몰린다”고 말했다.

인터넷 수강신청에 실패한 주민들과 인터넷에 익숙치 않은 노년층은 보통 방문접수를 한다.

송파구 한 주민센터 담당자는 “방문접수 날에는 오전 9시부터 접수를 받는데 새벽 4시부터 이미 주민센터 앞에 200명 정도가 줄을 선다”며 “오전 7시에 오라 해도 ‘순번이 밀린다’며 일찍부터 기다린다”고 했다.

잠실4동에서 노래교실을 4년째 수강하고 있는 지모(61ㆍ여) 씨는 “80세를 넘긴 어르신도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추운 겨울에 일찍 나와 줄을 선다”며 “다양한 세대가 모여 어울리는 게 즐겁기 때문에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동네 프로그램의 강의 질이 높아진데다 세월호 참사와 맞물려 ‘요란하지 않은 프로그램’에 동네 주민이 몰리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경기가 침체되면 부익부 빈익빈은 더 심화되면서 격차가 더 커진다”며 “저렴하고 실용적인 강좌에 주민들이 몰리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민상식ㆍ김현일 기자/mss@heraldcorp.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