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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박상근> 억울한 세금 사전구제 확대해야
박상근(세무회계연구소 대표ㆍ경영학박사)

납세자가 세금납부고지서를 받은 후에 잘못 부과된 세금에 대해 사후 구제제도인 심사ㆍ심판청구 또는 행정소송으로 구제받으려면 정신적ㆍ금전적으로 많은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반면에 ‘과세전 적부심사제도’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전에 소명할 기회를 주는 사전 권리 구제제도이다. 국세청의 억울한 세금 부과를 줄이기 위한 법적 장치로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 건수와 납세자의 손을 들어 준 인용비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과연 과세전 적부심사제도가 사전 권리구제제도로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국세청의 납세자권리보호 장치에 구멍이 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연도별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 건수는 이 제도 도입 초기인 1998년 7,498건에서 10년이 지난 2008년 5,077건으로 대폭 줄었다. 2012년에는 1998년의 65.2% 수준인 4,892건으로 내려앉았다. 14년간의 경제성장 규모를 감안할 때 과세전 적부심사제도에 대한 납세자의 외면이 심각하다. 인용비율도 1998년 53.9%, 1999년 50.5%, 2000년 49.6%로 제도 도입 초기에는 50%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2008년부터 34.1%대로 추락한 후 2011년 33%, 2012년 32.2%로서 30%대로 하락한 상태다.

과세전 적부심사제도가 도입된 지 18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는 사전 권리구제제도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지난 2012년에 납세자가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한 건수가 14년 전인 1998년 대비 65.2%에 불과하고, 인용비율 역시 21.7%p 하락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납세자의 세금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억울한 세금 부과를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세금구제제도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납세자의 과세전 적부심사제도 이용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는 반면, 세금을 부과 받은 후에 권리구제를 청구하는 사후 권리구제 신청건수는 매년 늘어나는 것이다. 그것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심판청구 건수는 2008년 5,244건, 2011년 6,313건, 2013년 7,88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용비율도 2011년 28.9%, 2012년 26.7%에서 2013년에는 32.9%로 큰폭 상승했다. 하지만 국세청에 심사청구한 건수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한 건수의 10% 수준으로서 매년 감소하거나 답보 상태에 있다.

국세청 소관 세금구제 장치인 심사청구는 활력을 잃은 제도로 전락했다.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에 비해 납세자의 활용도가 터무니없이 낮고 인용비율마저 떨어진다. 때문에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수요자인 국민이 외면하는 제도는 시간이 지나면 도태된다. 이는 만고의 진리다. 세금 구제제도 개선에 국세청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세청이 자기가 부과한 세금을 스스로 깎아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사정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납세자가 외면하는 세금 구제제도를 그대로 방치하는 등 납세자 권익보호와 억울한 세금구제에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 이래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세청은 납세자로부터 외면 받는 과세전 적부심사제도와 심사청구의 운영상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고 조속히 개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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