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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종파분쟁, 중동전쟁 번지나
수니파 - 시아파 내전 악화일로…북동부 쿠르드족, 분리독립 호시탐탐
이란 · 터키 · 시리아 개입 가능성 확산



이라크 내전이 종교분쟁 양상으로 치달으며 중동 전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 서북부 지역을 손에 넣은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수도 바그다드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북부 소수민족 쿠르드도 이 기회를 틈타 이라크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가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이 각각 지배하는 3개국으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다 ‘시아파 맹주’ 이란이 군사개입을 예고했고, 터키와 시리아도 이라크 내전에 얽혀들면서 이라크 내전이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니對시아 갈등, 내전 촉발=ISIS는 12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둘루이야 마을까지 진격하고 인근 무아타삼 지역도 장악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ISIS 반군 세력에 맞서 싸울 의용군 조직을 요구하고 시아파 성직자들에게 남부 시아파 성지에 민병대를 창설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시아파 성직자 모크타다 알사드르가 3000명 규모의 민병대를 꾸려 바그다드 북부에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ISIS는 칼리프가 다스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급진 무장단체로,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시아파 정부와 대립해왔다.

이번에 ISIS가 공격을 예고한 카르발라와 나자프는 이라크 시아파 신자들에겐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와 함께 성지로 여겨지는 도시다. 따라서 이번 ISIS의 예고는 그동안 시아파와 종파 갈등을 벌여온 수니파가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쿠르드족, 분리독립할까=사태가 커지면서 이라크 북부 소수민족인 쿠르드가 분리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인구 3250만명 중 20% 가량을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지난 23년 간 북동부 지역에서 제한적 자치권을 누리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예 독립의 꿈을 이루려는 것이다.

쿠르드자치정부(KRG) 군 조직 페쉬메르가는 12일 키르쿠크 주를 점령했다.

키르쿠크는 석유가 풍부해 그동안 관할권을 놓고 KRG와 중앙정부가 다투던 곳으로, 쿠르드인뿐 아니라 아랍인, 투르크멘인 등 민족 간 대립 격화 가능성이 커 이라크의 ‘새로운 화약고’로 불린다.

나즘 알딘 키르쿠크 주지사는 이라크 정부군이 키르쿠크에서 ISIS와 교전을 벌인 뒤 철수해 이를 보호하기 위해 페쉬메르가가 장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라완 물라 마흐무드 키르쿠크주 쿠르드애국동맹(PUK) 부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라크군이 무너졌다”면서 “이제 키르쿠크 지역을 방어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또 “이라크는 위험한 시기에 접어들었고, 이 같은 상황은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이라크가 곧 붕괴할 것”이란 파이잘 이스트라바디 전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의 말을 인용해 “깊은 종파ㆍ민족 간 갈등으로 사실상 분열 상태였던 이라크가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이 각각 지배하는 나라들로 분열될 것이란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아파 맹주 이란 군사개입=‘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같은 시아파 성향의 이라크 정부를 위해 군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정규군 핵심 집단인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의 특수부대 ‘쿠드스’ 2개 대대를 이라크에 배치, 이라크 정부의 군사작전에 투입하기로 했다.

쿠드스 2개 대대는 혁명수비대의 해외 조직으로, 이라크에서 장기간 활동해온 특수부대다. 쿠드스의 활약으로 이라크군은 현재 티크리트 시 85% 가량을 수복한 상황이라고 이란과 이라크 정부관계자들은 전했다. 쿠드스는 바그다드는 물론 성지 나자프와 카르발라에서 이라크군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이란 정부는 이란-이라크 국경에 병력을 증강하고 ISIS 반군이 100㎞ 이내에 접근할 경우 폭격할 것이란 계획을 이라크 정부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이란군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 현재 시리아 정부를 위해 지원한 병력을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이란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아파 맹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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