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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1200兆 전쟁’…빚 짓눌린 2030세대 구출작전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미국의 ‘잃어버린 세대’ 때문에 워싱턴 정가가 시끄럽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 문이 좁아져 먹고 살기 힘들어진 20ㆍ30대 젊은층이 1200조원 넘는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젊은 세대의 과도한 부채는 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결국 성장을 저해하기 마련이다. 경제 회복의 기로에 서있는 미국으로선 반드시 넘어야 할 난관이다.

이 해법을 놓고 ‘빚 부담을 줄이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는 공화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 학자금 대출 증가 추이. 2006년 3월 5000억달러 수준이던 학자금 대출액은 2014년 3월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자료=블룸버그ㆍFed]

▶빚더미 앉은 美 2030세대=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학자금 대출 총액은 지난 3월현재 1조2000억달러(약 1219조200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2006년 3월 5000억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8년 새 140% 불어난 것이다.

이는 2000년 들어 대학에 진학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학자금 대출을 받는 20대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갖고 있는 25세 미국인의 비율은 2003년 25%에서 지난해 44.7%로 늘었다. 이들이 받은 평균 부채 규모도 같은 기간 69.2% 증가했다.

▶학자금 빚이 부른 도미노=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닥칠 미래다.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는 2ㆍ30대는 2008년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세대다. 턱없이 줄어든 일자리 때문에 돈 벌긴 힘들어졌는데 빚까지 갚느라 허리가 휜다.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지갑을 열기도 어렵다.

2030세대의 빚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곳은 부동산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독립하면서 첫 주택을 사는데, 학자금 부담으로 이 시기가 늦춰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년 간 25~34세 미국인 중위소득은 전연령의 소득과 비교하면 느리게 올랐으며, 인플레이션을 적용할 경우 되려 떨어졌다”면서 “잃어버린 세대가 부동산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자금 대출 때문에 신용등급이 하락, 주택 구입을 위해 신규 대출을 받기 힘들어졌다. 저널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이 있는 25세 미국인의 개인신용점수(FICO)는 대출이 없는 경우보다 높았지만 2009년 역전됐다. 격차는 더욱 벌어져 지난해 전자의 FICO 점수는 626점으로, 후자(642점)보다 뒤처졌다.

그 결과 부동산 대출을 받은 27~30세의 비중은 2003년 32%에서 지난해 21%로 줄었다. 25~34세 주택 보유자의 비중도 같은 기간 49%에서 41.6%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학자금 대출의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자금 대출 부담 증가→신규 대출 감소→주택ㆍ소비시장 침체→경제 성장 둔화’ 순으로 파장이 경제 전반으로 퍼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다.

▶‘빚 탕감’ vs ‘일자리 창출’ 논란=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젊은층의 빚 부담을 경감시켜줘야 한다고 보고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학자금 융자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월간 대출 상환액을 가처분소득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20년 상환한 뒤 남은 부채는 면제해주는 조치다. 내년 12월 시행되면 500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볼 예정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같은 부채 경감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고소득층의 세율을 올려 학자금 대출자들의 부담을 경감하자’는 데 반대하기 때문이다.

실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ㆍ매사추세츠)이 발의해 11일 상원에서 표결에 붙인 학자금 대출자 지원 법안은 찬성 56표, 반대 38표로 부결됐다. 이 법안은 대학원 학자금 대출을 2013~2014년 금리(3.86%)에 맞춰 차환하는 게 골자다. 현재 대학원 학자금 대출금리는 최고 8.5%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대출자 2500만명이 고리의 이자 부담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공화당의 존 순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은 “학자금 대출을 가진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라면서 “이런 법안으로 대학생들을 도와줄 순 없다”고 비판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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