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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도 당혹감…“文 발언 알 방법 없었다”
靑 “상황 파악하며 여론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식민지배ㆍ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요지로 진행한 한 교회에서의 강연이 걷잡을 수 없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제의 식민사관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 등에 국민적인 비난이 집중되는 데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꿈틀 댈 조짐이 일고 있는 걸 의식한 것이다.

안대희 총리 후보의 낙마 이후 난산(難産)끝에 낙점한 문 후보자 카드도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진용 출범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문 후보자의 발언을 인사검증 단계에서 파악하고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전에 보도가 된 상황이 아니었기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로선 문 후보의 기명칼럼 등에서 나타난 이념적 성향은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해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그가 장로로 있는 온누리교회에서 2011년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되는 ‘돌발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 대변인은 문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고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없는 걸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 후보자의 발언이 문제가 있다는 걸 청와대도 인식하고 있냐고 하자 “(문 후보자에 대해)보도된 걸 보면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게 있다”고만 했다.

사태가 일파만파이지만, 문 후보자의 대응방식은 총리 적격성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8시반께 총리후보자 사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 출근하면서 ‘사과할 내용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 저녁에 다 해명했다”고 했고, ‘낙마 사유가 아니라고 보냐’고 하자 즉답을 피한 채 “저를 놔주세요”라며 취재진을 몸으로 밀치며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청와대로선 문 후보까지 낙마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불확실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청문회 전 문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와 마찬가지로 문 후보자 스스로 총리직 사의 의사를 표명하는 국면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김용준 첫 총리 후보자와 안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3번째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주저앉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실상의 ‘인사 참사’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2년 장상ㆍ장대환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은 위정전입ㆍ부동산투기ㆍ아들 이중국적 의혹 등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안이 부결됐다. 한 달 뒤 지명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도 세금탈루, 업무상 배임ㆍ횡령, 위장전입 등으로 국회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홍성원ㆍ원호연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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