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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지구는 이제 축구공을 따라 돈다
무게 437g·둘레 69㎝ ‘브라주카’로 하나되는 한달…상금 6096억·경제효과 56조 ‘최대축제 월드컵’
대한민국, 18일 오전 7시 러시아와 첫 경기…한달간 우리는 ‘새벽형 인간’…6월엔 제발 돌아오지마라


전세계 생산량의 70%, 파키스탄 실리코트에서 1년 동안 생산하는 6천만개의 축구공 중 하나, 한달 100달러를 받는 근로자가 제조하는 160달러짜리 피파(FIFA) 공인구. 무게 437g, 둘레 69㎝의 아디다스 ‘브라주카’에 모든 것이 달렸다. 앞으로 적어도 한달간은 이 작은 축구공이 지구의 모든 웃음과 눈물을 가를 것이다. 개인의 희비와 민족의 자존심과 국가의 정치와 기업의 경제가 아디다스 로고가 새겨진 브라주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축제 2014 브라질 월드컵축구대회가 13일 개막했다.

축구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스포츠 중 가장 본능적인 규칙과 동작을 유지하는 종목이며, 월드컵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제의의흔적을 갖고 있고, 지구 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카니발이다.

우루과이의 세계적인 소설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축구, 그 빛과 그림자’에서 팬들의 제의로서의 축구를 이렇게 말한다.

“팬들은 집에서 빠져나와 경기장으로 향한다. 그들은 깃발을 흔들고, 야유, 폭죽, 북소리를 요란하게 낸다. 오색 테이프와 찢겨진 종이 비를 흠뻑 내리게 한다. 도시는 사라지고 상투적인 일상도 잊혀지고, 오직 신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성스러운 공간에서 이교도가 전혀 없는 유일 종교는 스스로의 신성함을 연출하게 된다.”

축구는 부족간 전투의 상징이며, 월드컵에서 그라운드 위 22명의 선수들은 국가간 전쟁을 대리하는 전사들이 된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각국의 슬로건은 축구에 남아있는 원시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즐겨라,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내세운 우리와 맞서 싸울 알제리는 ‘브라질의 사막전사들’이라고 스스로를 칭했으며, 벨기에는 ‘불가능을 기대하라’고 했고, 러시아는 ‘아무도 우릴 잡을 수 없다’는 각오를 내세웠다. ‘팀으로 하나되어 열정으로 돌진하라’(미국) ‘하나의 국가, 하나의 팀, 하나의 꿈!’(독일), ‘페르시아의 명예’(이란),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 심장에 새긴 다섯개의 별!’(온두라스), ‘우리 마음 속 불꽃과 함께, 모두 크로아티아를 위해!’(크로아티아), ‘우리는 팀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그 자체’(아르헨티나)에서 ‘사무라이들이여, 싸울 시간이 왔다’(일본)는 구호를 관통하는 것은 하나됨, 조국의 명예, 불타는 전의다.

그리고 돈이다. 선수들에겐 승리를 위한 전투이며, 국민들에겐 자존심을 건 전쟁이되, FIFA와 국가, 기업에겐 사활을 건 錢爭이다. 월드컵은 스타들의 몸값과 브랜드의 광고전과 기업의 매출과 FIFA의 장사와 국가경제의 부가가치가 복잡한 방정식을 이루는 경제학이다. 연봉 260억원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뛰고, 32개국이 6096억원의 상금을 향해 돌진하며, 브라질이 14조원을 들여 56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려는 거대한 ‘마켓’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오는 18일 오전 7시 러시아와 첫 결전에 나선다. 다른 모든 나라들처럼 대한민국도 승리를 열망한다. 달랑 조 예선전만 치르는 6월엔 오지마라 아우성이다. 16강, 8강전이 열릴 7월 골인을 꼭 보고싶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자괴와 분노, 슬픔과 절망에 빠졌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새벽의 여명, 희망의 확인이다. 브라질의 오후를 맞기 위해 ‘새벽형 인간’으로 변신할 대한민국 국민들은 홍명보호에게 치유의 골을 기대한다. “굿 모닝,월드컵!”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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