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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라이프] 강아지를 사랑하고 콜라 즐기는…젊은 왕
스페인 새국왕 펠리페 18일 대관식…“젊고 소탈하다” 국민 지지율 66%

‘신데렐라’ 아내도 왕실 첫 평민출신
반듯한 외모 · 매너 여성들에 인기…
레알 아닌 AT 마드리드 열성팬

지방독립 · 실업률 등 국가 문제 산적…인간적 매력 커 민심 회복 큰 기대


[특별취재팀ㆍ염유섭ㆍ양영경 인턴기자] 펠리페 후안 파블로 알폰소(Felipe Juan Pablo y Alfonso de Todos los Santos) 스페인 왕세자. 현재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남자’다. 

열흘전 부친인 후안 까를로스 국왕이 갑작스럽게 퇴위를 선언하면서 그는 오는 18일 ‘펠리페 6세’로 공식 즉위하게 된다. 왕세자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그는 지난해 연말 조사에서 국민들로부터 66%의 지지를 얻었다. 추문으로 왕실의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입헌군주제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절반을 넘는 와중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지지다. 낡은 왕실에 불어올 새로운 바람에 대한 기대감이 기본적으로 크지만, 펠리페 왕세자 자체가 가진 인간적인 가진 매력이 국민들로 부터 많은 호감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별 보는 것을 좋아하고, 강아지를 사랑하며, 콜라를 즐겨마시는 ‘소탈한 젊은 왕’을 기대하는 목소리다.

▶ 레알 아닌 AT마드리드! … ‘서민적’ 황세자에 기대감 = 1968년생인 펠리페는 역대 가장 준비된 왕세자로 꼽힌다. 캐나다에서 고등생활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돌아와 육군, 해군, 공군 사관학교에서 3년 동안 군사 훈련을 받은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역대 여느 왕보다 수더분하다는 평을 받는다. 취미 부터가 그렇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는 것을 즐긴다. 스스로는 천문학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다. 항해 학교인 ‘Juan Sebastián Elcano’ 수학하는 과정에서 생긴 취미다. 귀족 스포츠인 승마, 요트, 사냥, 테니스 등을 즐기는 다른 왕세자들과는 차별적이다.

그렇다고 스포츠에 약한 것도 아니다.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스페인 요트 대표팀에 속해 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고국에 바치기도 했다. 생활이나 스타일 역시 요란스럽지 않다. 공식행사를 위한 정장 차림시에는 심플한 정장을 착용하지만 평상시에는 폴로셔츠나, 평범한 목도리에 블레이저 차림이 많이 포착된다.

코카콜라를 즐겨마시고, 멕시코 음식인 토티야(옥수수가루 전병에 야채나 고기를 싸먹는 요리)를 즐긴다. 그가 애용한다는 알바레즈 고메즈(Alvarez Gomez) 남성향수는 최근 인기 품목이 됐다.

강아지도 매우 좋아한다. 1983년 벨기에 왕실로 부터 선물 받은 폭스테리어 두마리를 어린 시절 애지중지 키웠다. 푸쉬킨 이라는 이름의 회색 슈나우저의 경우는 미국 유학에 데려갈 정도로 극진히 아꼈다. 지금은 푸쉬킨의 새끼를 키우고 있다.

심지어 축구에서도 그는 ‘서민적’ 향기를 풍긴다. 그는 자국 축구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팀의 열광적인 팬이다. 스페인이 왕실은 그간 마드리드에 연고를 둔 부자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의 팬을 자처해 왔다. 왕실(royal)을 뜻하는 ‘레알’이라는 단어를 품은데서 알수 있듯, 구단 자체가 왕실의 홍보차원에서 활용된 팀이기 때문이다. 후안 까를로스 현 국왕 역시 광적인 레알 마드리드 팬이다.

하지만 왕세자의 선택은 좀 다르다. 그는 어려서부터 AT 마드리드의 팬이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팀에 대한 사랑을 뜨겁게 밝혀왔다. 왕세자의 지지에 화답하듯. 올해 AT마드리드는 18년만에 스페인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천문학적 자금을 무기로 양강체제를 구축해온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꺾고 차지한 값진 우승이었다. 


▶ 여성들이 더욱 사랑하는 남자 = 펠리페 왕세자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는 진작부터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성 중 한 사람이었다. 198㎝의 큰 키에 신뢰감을 풍기는 외모. 스포츠로 다져진 몸매. 거기에 더해지는 ‘문화대국 스페인의 왕세자’란 타이틀은 그를 스무살 무렵부터 인기남에 꼽히게 했다.

그렇다보니 연애 과정도 늘상 화제였다. 그는 그간 스페인 귀족 출신의 이사벨 사르토리우스(Isabel Sartorius), 미국 조지타운대 유학시절 만난 여대생 지젤 하워드(Giselle Howard), 스웨덴의 모델 에바 새넘( Eva Sannum) 등과 차례로 교제했다. 하지만 국적과 귀천을 가리는 왕실과 보수층의 벽에 막혀 결실을 이뤄내는 데 실패했다.

지금의 아내 레티시아와의 만남도 쉽지는 않았다. 스페인 최초의 평민출신 왕비가 될 레티시아는 알려진바 대로 국영방송의 뉴스 앵커 출신의 ‘이혼녀’였다. 카톨릭의 권위가 강한 스페인의 귀족들 사이에서 이혼은 여전히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꼽힌다. 당연히 왕실의 반대가 있었지만 둘은 이를 뚫고 결혼에 이른다.

2003년의 깜짝 약혼 발표는 특히 화제였다. 결혼 이후의 생활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레티시아가 “국영방송 일을 갑자기 그만두지는않겠다”고 설명하려 했다. 이와 와중에 펠리페가 끼어들려고 하자, 그녀는 단호하게 “dejame terminar”(내가 이야기를 끝내게 기다려요)”라고 했고 이장면이 방송을 탔다.

평민 출신의 여성이 왕자를 다그치는 모습은 보수적인 장년층 남성들 사이에서는 구설을 낳았지만, 아내를 위해 차분히 자리를 비켜주는 왕자의 모습은 오히려 여성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이끌어 냈다.

두 사람의 연애는 펠리페와 레티시아, 사랑 이야기 (Felipe y Letizia, una historia de amor)라는 이름의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와 사귀었던 여성들의 평가도 좋다. 전 여자친구였던 새넘은 왕위 계승 소식을 듣고 “아주 훌륭한 결정이다.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며 왕의 업무를 잘 이해하고 있고, 지금의 스페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 특별대우 싫은 테크노크라트 = 진솔한 면모는 자녀 교육에도 투영된다. 그는 “아이들이 미디어에 너무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아내와 어머니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린 두딸과 스스럼 없이 시간을 많이 보낸다. 동물원을 함께 가거나 학교에 직접 데려다 주고 그 과정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는 딸들이 지나치게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도, 사생활이 없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한다.

이같은 행동은 자신이 학창시절 느낀 외로움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 잔치에 참석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학급의 모든 친구들이 참석했지만 정작 그는 가지 못했다. 생일을 맞은 친구의 부모가 왕실에 어떻게 초대장을 보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의 경험 이후 그는 자신이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을 꺼려왔다고 한다. 유럽지역의 명문대학이 아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것도 왕실에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그에게는 넘어야할 부분도 많다. 당장 왕위에 오르게되면 그를 둘러싸고 있는 여성들이 만들어낸 추문들을 해결해야 한다. 누나인 크리스티나 공주의 비리 혐의와 아내인 레티시아의 과거 불법 낙태설등이 그를 괴롭힐 수 있다. 카탈루니아 지방의 분리 독립 문제와 25%대가 넘는 실업률 등 국가 수반으로써 풀어내야할 문제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일단은 그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더 큰 상황이다. 아버지 같은 ‘권위적인 군주’가 아닌 ‘테크노크라트’로서의 펠리페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영국 쉐필드 대학의 메리 빈센트 현대유럽사 교수는 “그는 적어도 재정위기때 아프리카로 코끼리 사냥을 떠난 아버지 같은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활동을 잘 해나간다면 스페인 왕실이 잃었던 여론의 지지를 다시 찿을 것”이라고 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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