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진인사(盡人事) 다한 한진그룹, 이젠 대천명(待天命)만…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한진그룹이 최근 경영권을 되가져 온 한진해운에 대한 4000억원의 증자를 확정했다. 예고됐던 증자인만큼 그룹 안팎의 반응은 담담하다. 하지만 항공과 해운 업황이 모두 녹록치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거액의 투자다. 돈을 내는 대한항공이나, 돈을 받는 한진해운이나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진해운에 대한 4000억원 유상증자는 모두 대한항공 몫이다. 1분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9819억원에 달해 당장 돈을 마련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1년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8414억원이다. 1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당기손익은 여전히 적자다. 영업 흑자가 늘어나 분기당 1000억원이 넘는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만기 연장이 이뤄지더라도 금리부담 때문에 빚이 계속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저비용항공사들과의 경쟁 심화로 국제선 여객부문 매출이 2년째 줄고 있고, 화물수요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대한항공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 다만 최근 유가가 안정된 데다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유류비 절감 및 외화환산이익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다.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비는 4조4000여억원으로 전체비용의 39%를 차지한다. 현재 수준의 유가와 환율이면 2분기 유류비는 1분기 대비 500억원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 3000억원이 넘는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해 순손익이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한진해운이다. 컨테이너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 영업손익 흑자전환 전망이 불투명하다. 3500여억원의 연간 금융비용 부담에다, 원화강세시 오히려 외환평가 손실이 발생하는 재무구조 등으로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증자로 한진해운과 재무적으로 연결될 대한항공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증자로 갖게 될 지분을 지분법 평가를 하든, 시가평가를 하든 한진해운이 흑자로 돌아서야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한진해운의 실적부진이 계속 돼 지분가치가 떨어지면 대한항공마저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지난 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가진 S-오일 지분 28.41%(시가 약 1조8000억원)를 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조양호 회장의 중동 방문에도 불구하고 이 지분에 대한 매각 작업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