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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쇼핑] 너무나 완벽한…엄마의 ‘밀폐된 사랑’
친환경 바람타고 유리 · 트라이탄 등 소재 밀폐용기 인기…보관 쉽고 한여름에도 음식 부패 방지 ‘가족 건강’ 지킴이 제격
늦은 밤. 계속된 야근에, 혹은 시험 준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온 당신을 쪽지 한 장이 반긴다. ‘냉장고에 좋아하는 반찬 만들어서 넣어뒀으니까 저녁 꼭 챙겨 먹어’. 냉장고 문을 열자 먹기 좋게 잘라놓은 김치에서부터 온갖 반찬이 밀폐용기에 곱게 담겨 있다. 밥은 전자레인지에 바로 덥힐 수 있도록 특별히 실리콘 뚜껑이 달린 용기에 소복이 담았다. 당신의 어머니 또는 아내가 밀폐용기에 꾹꾹 눌러담은 사랑에 문득 피로가 가신다.

아마 그들은 혹시나 더운 날씨에 당신이 먹을 음식이 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 몸에 나쁜 것들이 새어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주 단단히 밀폐용기의 뚜겅을 닫아걸었을 것이다. 밀폐용기는 그저 그릇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미처 가늠하지 못할 만큼의 ‘특급 사랑’이 들어 있다.

▶밀폐용기, ‘스테인레스’의 시대를 바꾸다

우리나라에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밀폐용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다. 약수터용 물통 ‘바이오탱크’로 유명한 코멕스산업이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몸체를 기본으로 한 밀폐용기를 개발했다. 이른바 ‘씰’(Sealㆍ얇고 유연한 플라스틱 뚜껑에 몸체와 꼭 맞는 홈을 내 맞물리도록 한 것) 방식을 적용한 밀폐용기의 등장이다.

이 밀폐용기는 가볍고 튼튼한데다 가격까지 저렴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주로 음식을 보관하는 데 사용되는 밀폐용기는 일반적으로 냉장고의 보급률에 비례해 판매량이 올라가는데, 당시는 국민의 생활수준이 그리 높지도 않았을 뿐더러 음식물 보관에 주로 스테인리스 재질의 보온병이나 보관통이 이용됐기 때문.

그러나 1980~90년대 들어 국내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찬밥신세’였던 밀폐용기는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다.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국민이 소비하는 음식물의 종류와 양이 크게 늘어났고, 그에 따라 투박하고 무거우며 내용물 확인이 어려운 스테인리스 제품 대신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

이후 1998년에는 국내 밀폐용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락앤락이 국내 최초로 ‘사면결착’(네개의 날개형태의 걸개로 뚜껑과 몸체를 결착하는 방식) 방식을 적용한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출시하면서 비로소 밀폐용기의 전성시대가 도래한다.


▶밀폐용기 소재열전…환경호르몬도 걱정 없다

1970년대부터 약 40년의 세월을 두고 진화를 거듭해 온 밀폐용기는 제품의 소재에 있어서도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2000년대 초반 불어닥친 ‘웰-빙’(well-being) 열풍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더욱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 친환경성을 겸비한 제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 특히 밀폐용기는 음식물을 보관, 위생에 민감한 제품인 만큼 각종 유해물질 논란이 일 때마다 몸살을 겪어야 했다. 이에 따라 밀폐용기의 소재는 플라스틱에서 유리, 기능성 유리를 거쳐 오늘날 트라이탄이라는 특수소재에까지 이르게 된다.

우선 약 30여 년간 밀폐용기의 초기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플라스틱 제품을 처음 대체한 것은 삼광글라스가 2005년 출시한 국내 최초의 내열강화유리 소재 밀폐용기 ‘글라스락’이다. 과거에도 두산이 일반 유리로 만든 밀폐용기 ‘파카글라스’가 존재했지만, 사용중 파손의 위험성이 커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유리 전문기업 삼광글라스는 이 점에 착안해 일반유리를 급냉, 유리 표면의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을 개발했다. 이 유리밀폐용기는 이후 2006년 촉발된 ‘플라스틱 환경호르몬 검출’ 논란에 힘입어 밀폐용기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다. 유리는 녹는점이 높은 이산화규소와 규산 등을 주성분으로 만들어지므로 뜨거운 음식물을 담아도 해로운 화학성분이 녹아 나올 걱정이 없기 때문. 이후 2007년에는 원래 플라스틱 밀폐용기만 만들던 락앤락 역시 내열유리밀폐용기를 출시, 유리 밀폐용기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중요한 것은 락앤락의 내열유리밀폐용기와 삼광글라스의 내열강화유리밀폐용기는 소재의 특성이 각기 다르므로 용도별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 락앤락의 내열유리 밀폐용기는 외부 충격에는 약하지만 ‘붕규산염’을 원료로 사용해 열 팽창률이 낮다. 즉 오븐 같은 고온의 환경에서도 잘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삼광글라스의 내열강화유리 밀폐용기는 물리적 충격에는 강하지만 내열성으로 특화된 제품은 아니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유리 밀폐용기에 이어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신소재 ‘트라이탄’을 원료로 한 밀폐용기다. 트라이탄 소재 밀폐용기는 무겁고 깨질 우려가 있는 유리 밀폐용기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제품의 투명함은 그대로 살려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기존 ‘폴리카보네이트’(PC) 재질의 플라스틱은 제조시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비스페놀A(BPA)이 들어가지만, 트라이탄 소재에서는 BPA가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락앤락은 2009년 ‘비스프리’라는 이름의 트라이탄 밀폐용기를 출시했고, 코멕스산업 역시 2010년 ‘클로켄’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내놓았다.

아울러 락앤락은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환경호르몬 검출 염려가 없는 ‘폴리프로필렌(PP)’(제조과정에서 탄소와 수소의 결합물만 남아 화학물질이 배출되지 않음) 소재 밀폐용기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밀폐용기 전통의 멋을 담다

이처럼 생활방식의 변화와 유행에 민감한 것이 밀폐용기의 세계이지만, 최근에는 전통의 멋을 살린 밀폐용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 전통 도자기의 기능과 아름다움에 밀착 뚜껑을 적용한 ‘도자기 밀폐용기’가 그것. 20~30대 소비자가 트라이탄 등 신소재 제품을 선호하는 데 반해 50대 이상 소비자는 도자기 소재 제품이 주는 안정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락앤락의 도자기 소재 밀폐용기 브랜드 ‘실비’는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낸 듯 한 꽃 문양을 제품에 적용, 음식물을 보관하던 그대로 식탁에 올려도 될 정도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납이 검출되지 않는 ‘무연유약’을 사용해 고온에서 세 번 구워낸 것도 특징.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사용해도 제품에 음식의 색이나 냄새가 배일 염려가 없고, 식기세척기와 전자레인지, 오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덴마크 왕실도자기로 잘 알려진 로얄코펜하겐과 글로벌 주방용품 전문기업 월드키친도 도자기형 밀폐용기를 출시, 국내시장 공략에 나섰다. 월드키친의 도자기 밀폐용기 ‘스냅웨어’는 불투명 유리에 꽃무늬를 넣은 형태로, 기존 투명유리 형태의 밀폐용기와 도자기의 중간적 특성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이슬기 기자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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