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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인구과밀 해소방안…노인들 中 본토이주 추진 논란


‘홍콩판 고려장(?)’

홍콩 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인구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들을 중국 본토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홍콩이 고령화 부담 비용 상승과 토지 부족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기 위한 초유의 방안을 내놨다”면서 이는 “노인 인구를 중국 본토로 ‘수출’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홍콩과 인접한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 주거 공간을 만들고, 당장 오는 7월부터 이주를 원하는 노인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노인 주택의 공급 물량은 최대 400채로 제한됐지만, 막대한 주택 수요를 고려할 때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협소한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서 노년층의 주거 불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홍콩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인 대다수가 심각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처지여서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렵다.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거주보호소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노인만 3만명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평균 대기시간은 20~30개월에 달해, 입소 전 사망하는 노년층도 수천명에 이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50년이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노인 부양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홍콩 정부는 빈곤 노인 인구를 중국 내륙으로 이주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돈 없는 노인의 등만 떠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카오룽(九龍)의 좁은 집에서 뇌졸중을 앓고 있는 아내와 살고 있다는 응수이웡(87) 씨는 FT에 4년 째 거주보호소 입소를 기다리고 있지만 광둥성에 이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 나이에 무슨 수로 그렇게 먼 곳까지 가며, 가더라도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 대책에 분통을 터뜨렸다.

뿐만 아니라 홍콩인들 사이에선 중국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큰 상황이다. 과다한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홍콩의 자원이 고갈되고 황폐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실제 지난 2012년엔 중국 본토인을 ‘메뚜기’로 비하해 부르며 중국인 관광객 제한을 촉구하는 ‘메뚜기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또 홍콩 영주권을 노리고 ‘원정출산’을 오는 중국인 ‘본토 엄마’들을 비난하는 캠페인들도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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