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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복입자 “결혼식 가?” 묻던 요셉군…부모영정 보자 주저앉아
세월호 사망 일가족 3인 눈물의 영결식
가족끼리 제주도 여행길에 참변…부모 · 형 숨지고 혼자만 구조
“일곱살 아이가 이 험난한 세상을…”…슬픔속 추모예배 주변 눈시울



소년은 영결식 내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가던 아빠, 엄마, 형의 사진을 앞에 두고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좋은 곳’으로 갔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는 듯했다. 하지만 세상의 전부였던 아빠, 엄마, 형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일곱 살 소년도 비로소 혼자라는 현실 앞에 섰다. 다리에 힘이 풀린듯 주저앉은 소년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떠나는 가족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세월호 침몰로 참변을 당한 조요셉(7) 군의 가족 조충환(44) 씨, 지혜진(44) 씨, 조지훈(11) 군 영결식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독교식으로 엄수됐다. 온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가겠다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선지 꼬박 55일 만이다. 

9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 고(故) 조충환, 지혜진, 조지훈 씨의 영결식이 가족장으로 열렸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

요셉군은 지난 4월 16일 아빠의 출장 일정에 맞춰 난생 처음 엄마, 형의 손을 잡고 제주도로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던 길에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다. 지난 4월 18일, 22일 형과 엄마가 차례로 세월호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이후에도 50일이 넘게 생사를 확인할 수 없던 아빠는 지난 5일 침몰 해역에서 백리나 떨어진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매물도 인근 해상에서 발견됐다. 50일 넘게 조씨를 기다리던 유가족들은 비로소 가족들을 편안히 보내줄 수 있게 됐다며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영결식이 있었던 9일 오전 6시30분께 병원 출입구 앞에는 세 명의 고인을 장지까지 안내할 검은 리무진 운구차 세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빈소에는 아버지, 어머니, 형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요셉 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족들의 오열 속에 영결식이 진행됐지만 정작 영문을 모르는 요셉 군은 자신의 체구보다 훨씬 큰 양복을 입혀주는 외삼촌에게 “결혼식장에 가느냐”고 천진하게 물어봐 주위 사람들이 눈물을 삼켜야했다.

하지만 요셉군도 영정사진이 영결식장으로 이동하면서 조문객들은 일제히 복도 양 옆으로 늘어서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자 다소 놀라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며 연신 눈물을 훔치는 외할머니와 함께 행렬을 따랐다. 80여명의 유가족과 교인들이 자리한 영결식장에서도 맨 앞자리에 앉아 영정만 한없이 바라다보며 이 상황을 이해하려 애쓰는 듯했다.

추모 예배는 슬픔 속에 거행됐다. 목사는 설교를 통해 “사람의 생명은 안개와 같아 각자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며 “앞으로 이 땅에서 아이가 평탄하게 살아가도록, 그리고 떠난 가족이 미처 이루지 못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예배가 끝나고 고인들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곳곳에서 참았던 울음이 터져나왔다. 특히 요셉군의 외할머니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목놓아서 울었다.

얌전히 서 있던 요셉군도 수많은 어른들이 한꺼번에 오열하는 모습에 비로소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 엄마, 형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요셉군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고 한참이나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친척어른의 품에 안겨 운구차에 탑승했다.

요셉군을 남겨놓고 떠난 가족들은 경기도 고양에 있는 서울승화원(벽제 화장터)에서 화장돼 납골당에 임시로 안치될 예정이다.

운구차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한 교인은 “작은 아이가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모습이 너무 속상하고 안됐다”며 “나를 포함한 주변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줘야할 것같다”고 말했다. 


서지혜ㆍ박준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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