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6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200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4월 중순부터 이어지는 코스닥지수의 하락세는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초 소형주 강세와는 판이하게 다른 흐름이다. 이같은 코스닥지수의 최근 하락 흐름은 신용잔고 증가로 인한 수급 악화와 주기적 등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의 소형주 조정 국면도 이러한 하락세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신용융자 급증=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5월말 546.53포인트에서 5일 종가 기준 523.12를 기록하며 4.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안착을 시도하며 5월말 대비 0.03% 소폭 상승한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연초에는 코스닥 종목을 포함한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됐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4월 18일 연중 최고점인 571.23포인트를 기록하며 연초 이후 14.24%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로 인해 투자자들은 돈을 빌려서라도 종목 매수에 나서면서 올 1월 이후 신용융자가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는 지난해 12월 1조8921억원에서 올해 5월에는 2조3952억원으로 26.59% 급증했다.
지수가 상승할 경우에는 그에 따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지수가 하락하면 반대매매로 인해 강제적으로 하한가에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지수의 추가 하락이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특성상 작은 악재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융자의 급증은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며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
▶연도별 주기에 따른 하락장=최근 3년간의 코스닥지수 변동 추이를 보면 1월부터 4월과 5월까지 소형주와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6월 이후에는 반대로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전개됐다.
연초 정부 정책 발표와 기업의 신규 사업 계획으로 강세를 보이던 코스닥시장은 상반기에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이다 하반기부터 약세로 전환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중소형주 실적은 시장 전망 대비 큰 폭의 하락을 보여 대형주 대비 지수 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들의 경우 1분기 말 컨센서스 대비 실현 이익의 괴리율이 -5.3%에 불과한 반면 중소형주의 경우 -21.1%에 달하고 있다”며 “결국 실적에 대한 실망감의 차이가 지수로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초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도 지수의 하락 전환에 앞서 이익실현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소형주 부진 여파도 한몫=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증시 상황도 코스닥시장의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소형업종지수인 러셀2000은 지난해 S&P500지수가 29%상승하는 동안 37% 상승하며 한국증시에서 소형주와 코스닥시장에 모멘텀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러셀2000지수는 지난 4월부터 서서히 고점을 낮춰가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 시기 S&P500지수는 1949.44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러셀200지수의 부진도 국내 소형주와 코스닥시장에 부담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올 2월 이후 하락추세를 형성하고 있다”며 “최근 저점에서 반등했지만 다시 조정에 들어가면서 미국 중소형주의 약세현상은 좀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과 같은 코스닥 부진 장세가 오히려 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의 차별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진입을 망설이는 투자자들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강세장과 같은 기대감은 지양하면서 실적 기반의 우량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우량 종목은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있어 주가가 하락할 때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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