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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되살아나는 ‘관타나모’ 악몽…10년전 석방 테러범 전철 우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군 포로를 구하기 위해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 중인 아프간 테러단체 탈레반 간부 5명을 ‘맞교환’한 것에 대해 비난 세례가 쏟아지고 있다.

이것이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기본원칙을 깨뜨리는 조치일 뿐 아니라, 이번에 풀려난 보 버그달 병장이 탈레반에 붙잡히기 전 탈영했다는 의혹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다.

무엇보다 10년 전 관타나모에서 풀려난 테러리스트들이 현재 시리아 내전에서 굵직한 테러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2 관타나모’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04년 7월 미국이 모로코 정부에 인도한 모로코인 테러리스트 3명은 지난해 시리아에서 급진적 수니파 무장단체 ‘하라카트 샴 알 이슬람’을 설립, 시리아 내전을 이끄는 주요 세력으로 성장했다.

당시 모로코 정부는 이브라힘 빈 샤크란, 아흐메드 미저즈, 모하메드 알라미 등 3명을 넘겨받은 지 얼마 안 돼 석방했다.

이들은 2000년 아프간으로 넘어와 칸다하르 근처 알 파루크 캠프에서 각종 훈련을 받았다. 이곳은 2001년 9ㆍ11 테러를 일으킨 주범들이 거쳐간 곳이다. 그러나 9ㆍ11 테러 이후 아프간을 침공한 미군에 붙잡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다.

2004년 자유의 몸이 된 이들은 2011년 모로코까지 퍼진 ‘아랍의 봄’을 겪으면서 시리아 정부를 축출하고 이슬람 제국을 건설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세운 알카에다 연계단체는 단기간에 조직원 500여명 규모로 성장, 8월엔 시리아 북부 라타키아에서 민간인 200여명을 처형하는 등 각종 테러를 기획ㆍ주도했다. 


이곳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속한 시아파 분파 ‘알라위파’가 밀집해있다.

WSJ은 이를 토대로 “풀려난 테러리스트들은 폭력으로 돌아갈 뿐”이라면서 이번에 석방된 탈레반 간부 5명이 아프간에서 테러를 지속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강경 이슬람 근본주의자 ‘살라피’ 계열 지하디스트 단체 수는 31개에서 49개로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단체들로, 이곳에 가입해 활동하는 지하디스트들은 2010년 1만2945~4만7810명에서 2013년 4만5510~10만5510명으로 늘어났다. 3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지하디스트 세력이 늘어나면서 테러 공격도 활발해졌다. 이들에 의한 테러 공격은 2010년 392건에서 지난해 약 1000건으로 곱절 이상 늘었다.

특히 시리아에서 지하드 조직과 조직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 지하디스트 숫자의 절반 이상이 시리아인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1년부터 이어진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 편에 서서 정부군에 감행하는 테러 공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리아뿐 아니라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지하디스트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보고서는 이들을 미국에 대한 위협 수준에 따라 분류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본토 테러를 모의해 가장 위험하다고 지목된 지하디스트들은 파키스탄에 있는 알카에다 중추와 예멘의 알카에다 연계조직이다. 중간 수준의 위협을 주는 지하드 단체는 소말리아 알샤바브, 리비아 안사르 알 샤이라,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 무하마드 자말 네트워크 등이다.

이와 관련 세스 존스 랜드 연구소 부소장도 WSJ 기고문을 통해 “아라비아 반도 내 알카에다와 파키스탄과 아프간 접경지역에 있는 알카에다 핵심 조직은 미국 본토 공격을 노리고 있다”면서 “탈레반 고위 조직원 5명을 풀어준 것은 (미국에) 위험한 조치이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관타나모 수용소=쿠바 남동쪽 관타나모 만에 설치된 미 해군 기지 내 정치범 수용소. 1903년 미국은 매년 금화 2000개(당시 4085달러)에 이 기지를 무기한 임대하기로 쿠바 측과 계약했다. 1959년 집권한 카스트로 정권이 기지 반환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거부하고 있다.

관타나모수용소에는 2001년부터 9 · 11 테러 이후 알카에다와 아프가니스탄의 전 탈레반 정권에 연루된 테러용의자 70여 명 등 2014년 현재 150여 명이 수감돼 있다.

국제사회의 인권침해 의혹 제기로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 폐쇄를 위해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의회와 여론 반대가 심해 실행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내로 수용소 폐쇄를 마치겠다는 선언하고, 수용소 폐지를 위한 조치로 수감자 석방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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