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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은 ‘으리 앓이’…‘으리’ 없으면 앙돼요~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전통 서부영화에 곧잘 쓰이던 음악을 배경으로 의리 하나로 산 남자가 문을 박차고 나온다. ’탄산도 카페인도 색소도 없다. 우리 몸에 대한 으리’라고 외치는 것도 모자라 ‘항아으리’ ‘신토부으리’라며 말 장난을 한다.

대한민국이 ‘으리(의리를 희화한 말) 앓이’를 하고 있다. 한 광고에서 시작된 ‘으리’ 마케팅은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최근엔 홈쇼핑 업계까지 장악하고 있다. 유통가에선 ‘으리’가 빠지면 ‘앙꼬 빠진 찐빵’ 처럼 여겨질 정도로 ‘으리’는 삽시간에 온ㆍ오프라인을 점령하고 있다.

‘남자’ 마케팅의 2탄격이다. 특히 강남 일각에선 ‘으리’ 마케팅이 뜨면서 ‘남자 피자’ 등 남자를 앞세운 남자 마케팅도 다시 부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으리 앓이’에 빠진 것은 세월호 참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상남자 어른들의 권위는 더 이상 의지할 대상이 아니다. 어른들에 대한,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재정의 마저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 대한 모든 가치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며 “과거 남자 마케팅이 거칠고 상 남자 스타일에 소구를 했다면 지금은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진 ‘의리’의 회화화를 통해 사회에 대한 실망감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어른’ 이라는 기존의 공식에 대한 일종의 반란인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으리’는 개그우먼 이국주가 한 개그 프로에서 시도때도 없이 ‘으리’ ‘으리’를 찾으며 이를 희화화 한데서 비롯됐다”며 “시도 때도 없이 ‘으리’를 찾으면서 정작 중요한 때엔 ‘으리’를 헌식짝 처럼 내팽개치는 어른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하나의 놀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으리 마케팅’의 선두주자는 배우 김보성의 ‘으리’를 앞세운 팔도 비락식혜<사진>다. 일명 ‘으리 비락식혜’ 광고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이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으리’ ‘비락식혜’ ‘김보성’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비락식혜 광고는 불과 3주만에 유튜브에서 조회수 283만5036회(3일 현재)를 기록했다. 나 된다. 이것도 모자라 김보성의 광고를 거꾸로 돌린 역재생편을 비롯해 패러디물도 나왔다. 심지어 캐나다와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패러디 동영상이 올라올 정도다.

광고 이후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비락식혜는 광고 이후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04.2%(지난달 17일 광고 이후 2일 현재까지)나 늘었다. 심지어 인터넷엔 편의점 음료 코너에서 비락식혜만 품절 상태인 ‘싹쓰으리(싹쓸이)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으리’는 이후 급속도로 유통가를 점령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회원가입 의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POP 카드 회원에 가입한 고객에게 의리를 지키며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 아직 POP카드가 없거나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사용하는 고객들은 행사기간 동안 POP카드 홈페이지(www.popcard.co.kr)에서 회원 가입 하는 것 만으로 6월 개봉 예정 기대작인 ‘우는 남자’ 예매권을 받을 수 있다.

G마켓 패밀리사이트인 큐레이션 쇼핑몰 G9은 아예 의리 배우 김보성을 전면에 내세워 ‘으리으리한 고객감사’ 이벤트를 진행한다. 김보성과 함께 고기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 상품을 100원에 파는 것. 고기 파티를 즐기는 장소도 김보성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 ‘의리의리한 집’으로 정해 컨셉트 자체를 ‘의리’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홈쇼핑은 아예 6월 한 달 동안 ‘으리으리한 대축제’를 진행한다. 8일까지 TV 방송상품을 구매하는 모든 고객 중 매일 1000명을 추첨해 ‘의리음료’ 비락식혜를 2캔 증정하는 등 ‘으리 마케팅’에 정조준하고 있다.

이외에도 앞서 CJ오클락은 ‘패션 위크’ 행사를 진행하면서 2000원이 할인되는 쿠폰에 ‘패션 의리쿠폰’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각종 인터넷 쇼핑물엔 ‘의리의리한 30% 할인쿠폰 등장’, ‘6월 연휴에 대한 의리’ 처럼 ‘의리’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문구가 도배를 하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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