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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에버랜드 상장 왜?…후계 비용 줄이면서, 삼성 삼분(三分) 준비까지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삼성에버랜드 상장은 이재용(JY)ㆍ이부진(BJ)ㆍ이서현(SH) 남매의 후계 구도와 함께 삼성 삼분(三分)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상장하면 자금 동원력이 높아져 세 남매의 경영권 승계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들이 각자 맡은 부분을 떼어 내 독립하기도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큰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효과도 있다.

현재 삼성그룹 후계구도의 가장 큰 고민은 지배력 훼손없이 이건희 회장이 가진 지분을 세 남매가 이어받는 데 있다. 이 회장이 가진 주요계열사 지분가치는 삼성전자 6조4000여억원, 삼성생명 4조원 등 11조원에 달한다. 그대로 상속ㆍ증여 받으면 세금만 5조원 넘게 내야 한다. 아무리 이 회장의 자녀들이지만 이만한 현금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가 나서면 달라진다.


삼성에버랜드는 현재 삼성생명 2대주주다. 따라서 1대 주주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0.76%를 매입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특히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매입하면 이 회장에게는 현금 4조원이 유입된다. 세금을 감안해도 세 자녀에게 최소 2조원의 현금을 물려줄 수 있다. 세 자녀가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 받은 후 삼성에버랜드에 이를 매각해도 결과는 같다.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이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가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미 38만여주의 자사주를 보유중이다. 현재 장부가로만 8000여억원에 달하는데, 상장 과정에서 그 가치가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신주발행까지 이뤄지면 지분매입 여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삼성에버랜드를 통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회장이 보유 지분을 삼성에버랜드에 증여하는 방법이다. 증여자의 특수관계인이 주주인 영리법인이 증여받는 경우 그 지분률만큼 증여세를 내야 한다. 세 남매의 지분률이 41.9%이므로 이들이 내야할 세금은 1조3400억원이다. 이 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삼성에버랜드에 팔아 만든 현금만 물려 받아도 낼 수 있는 세금이다. 그런데 삼성에버랜드 상장 과정에서 신주가 발행돼 세 남매의 지분률이 낮아지면 세금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세 남매가 현재의 삼성을 셋으로 나누는 분할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의미도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부분, 레저ㆍ건설ㆍ서비스 부문, 패션 부문등 세 부분으로 나눌수 있는데 이를 세 남매가 나눠 맡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한지붕 세가족’일 수는 없다.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만큼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의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이부진ㆍ이서현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제외하면 의미있는 지배력을 가진 회사가 없다. 따라서 두 자매는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지렛대 삼아 각자가 맡은 사업부분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삼성에버랜드가 지난 해 급식사업부문인 웰스토리를 물적분할한 점, 그리고 최근 호텔신라와의 합병설이 돌았던 눈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각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한 후 자매들이 가진 지분과 이 법인의 지분을 맞바꾸는 방법이다. 삼성에버랜드가 자사주 형식으로 이를 매입하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

자매들이 가진 지분 가치가 높으면 높을 수록 분할된 법인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보유지분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상장이 필요한 이유다.

이같은 삼분(三分)이 완성되면 이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만 갖게된 존속법인 ‘㈜삼성’(가칭)을, 이부진 사장은 리조트 등을 중심으로 한 ‘에버랜드’(가칭), 이서현 사장은 패션전문기업인 ‘제일모직’(가칭)을 각각 지배하게 된다.


한편 이번 상장으로 삼성그룹의 가장 큰 순환출자 고리도 끊어질 전망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주주인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카드, 삼성물산 등 4사는 삼성전자가 직간접적으로 출자한 회사들이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4사-삼성에버랜드’의 고리다. 이번 상장에서 4사가 보유지분을 매각하면 이 고리는 끊긴다.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의 주요한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만 남게 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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