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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전셋값 21개월만에 꺾여…하락세 이어질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미친 전셋값’이 진정을 찾은 것일까.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가 21개월만에 멈춰 섰다. 상승세를 주도하던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전세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새 아파트 입주량이 늘어나면서 수도권 전셋값은 당분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과 경기도 주택 전셋값은 각각 0% 변동률을 기록해 201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보합세를 기록했다.

수도권 전세는 2012년9월부터 올 4월까지 20개월 동안 10.09% 누적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매달 오름세를 이어오다가 마침내 안정을 찾은 것이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가 안정된 것은 전세 비수기로 접어들어 거래가 한산한데다 높은 전세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를 주도하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 주목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5월 강남은 –0.02%, 서초와 송파는 나란히 –0.04% 전세 변동률을 각각 기록해 모두 하락 반전했다. 전세가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강남은 21개월, 서초는 14개월, 송파구는 23개월만이다.

단지별로는 하락폭이 큰 곳이 많았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트리지움’ 전용면적 84.83㎡형 전세는 지난달 5억원(20층)과 5억3000만원(14층)에 각각 계약됐다. 그런데 이 아파트 전세는 4월 가장 낮게 거래된 것도 5억8000만원이고, 6억2000만원(12층)에 거래가 성사되는 등 모두 6억원 이상에 계약됐다. 한 달 사이 1억원 정도 전셋값이 떨어진 셈이다.

인근 잠실주공5단지 전용 104㎡형의 경우 4월 계약된 12건의 평균 전셋값은 2억9000만원이었으나 5월 거래된 8건의 평균은 2억6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수도권 전셋값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전국 전세도 상승세가 많이 둔화됐다. 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은 0.14% 올라, 1월 0.41%, 2월 0.48%, 3월 0.53%, 4월 0.35% 오름폭이 많이 완화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세 공급 역할을 하는 새 아파트 입주량이 늘어나고 정책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6만6545가구로 작년(19만4776가구)보다 36.8%나 증가한다. 특히 수도권은 11만4777가구로 각각 지난해 대비 36% 물량이 늘어나면서 새 아파트 입주가 많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과 대전, 전남, 전북, 세종시 등 전년대비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의 전세가격 상승세는 둔화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서울 마곡, 세곡, 내곡지구 등에서 신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돼 강남권 등 전세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대주택 과세’ 방안은 전셋값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셋값 고공행진의 원인 가운데 월세 수익을 노리고 너도나도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든 점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말 정부가 임대수익에 대한 과세 방침을 정한 이후 전세의 월세 전환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세 물량 감소가 거의 없어졌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6월 국회에서 임대수익 과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하반기 임대시장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임대 수익에 대한 과세가 확정되면 월세를 전세로 돌리는 사례까지 생기면서 전세물량 증가로 전세시장은 오히려 더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팀장은 “수도권 전셋값은 학군이사철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8월까진 당분간 보합세 내지 소폭 하락할 것”이라며 “임대주택 과세 방침이나 내수 경기 동향, 매매시장 움직임 등의 변수에 따라 향후 전세시장 움직임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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