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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 이젠 기업이 나설 때
“프랑스에 정말 한류가 있습니까?” 파리를 방문하는 기업인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케이팝을 듣고 한식을 즐기며, 한국어를 배우는 프랑스인이 부쩍 늘긴 했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열풍은 아니라 답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아이돌 가수 공연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수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한류 팬클럽이 활동하는 등 예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한국 영화가 파리 시내 대형 극장에서 상영되고, 한국 작가 소설이 프랑스어로 출간되며, 한식당을 찾은 프랑스인들이 갈비를 손수 잘라 구워 먹는 모습을 보면 프랑스에서도 한류가 제법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양국 간의 교류를 증진시키고, 우리 상품의 수출도 늘릴 것이다. 한국 만화영화 주인공 로보카폴리는 프랑스 안방에서 뿐 아니라 파리시내 장난감 매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추장, 된장 같은 한국 양념을 수입하겠다는 바이어가 코트라 파리무역관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파리 주부들이 매년 찾는 큰 장터 파리박람회(Foire de Paris) 주최측은 전시에 참가할 한국기업 모시기에 한창이다. 작년에는 프랑스 국영 TV 구매담당자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사러 서울을 직접 찾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반짝 인기는 아닐까 걱정이다. 한류의 생명력은 가요ㆍ영화ㆍ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 분야는 물론, 문학ㆍ미술 등 순수예술을 포함한 전 분야에 걸친 관심과 이를 바탕으로 한 양국 간의 경제ㆍ사회 교류가 증가해야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그럼 한류를 보다 튼튼히 하고, 경제적인 효과까지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새로운 것을 즐기는 프랑스인 기질에 맞는 신선한 문화콘텐츠로 다가갔다면, 이젠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 수 있는 상품한류가 그 자리를 차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동차나 휴대전화와 같이 현지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한국 기업 제품으로 알려지기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호감을 가지는 프랑스 인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기업 입장에선 국가 이미지가 배어있는 상품 브랜드의 경쟁력에 의문을 가질 법도 하나 오히려 한류에 빠진 현지인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효과를 누릴 지도 모른다.
프랑스 운동복 브랜드 ‘르코크’는 수탉이란 뜻이다. 수탉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로 브랜드에 프랑스 이미지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프랑스 자동차기업 ‘시트로엥’은 프렌치 프리미엄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프랑스산 제품임을 홍보한다. 이들 브랜드의 판매 실적은 확인할 수 없으나 프랑스 이미지가 투영된 상품에 호감을 느끼는 국내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프랑스인에게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작은 나라였지만 최근에는 변화와 역동성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이뤄내고, 여기에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다양한 문화를 창출하는 나라로 인식되는 듯하다. 이런 이미지를 우리 상품에, 브랜드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 한국이라는 나라 이미지를 만드는데 문화상품이 씨앗이 되었다면, 우수한 한국의 상품 브랜드는 거름이 될 수 있다. 그 열매를 가장 많이 맛보는 것은 결국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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