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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트릭스 가든’의 작가 심영철, 제주현대미술관서 초대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매트릭스 가든’으로 잘 알려진 미디어 아티스트 심영철(수원대 조소과 교수)이 제주시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심영철은 ‘춤추는 정원’이라는 타이틀로 30여년에 가까운 창작활동을 중간정리하는 대규모 개인전을 오는 6월 14일 개막한다.

이번 초대전에는 지난 1983년 나무로 깎아 만든 입체 조각 19점을 설치한 ‘빗의 단계적 표상’이란 초기작업을 필두로, ‘전자정원(Electronic Garden)’ 연작은 물론 최근 제작한 높이 6m에 이르는 대작 ‘매트릭스 가든-빛의 꽃’까지 작가의 30년 작업궤적을 살필 수 있도록 주요프로젝트 15건(총 121점)이 망라됐다. 즉 시기별로 대표작이 모두 모인 것.

심영철 ‘전자정원(Electronic Garden)’. 혼합재료 가변설치. 1998년. [사진제공=제주현대미술관]

이로써 비디오 설치, 네온, 유리조각, 플라즈마, 홀로그램, 유리광섬유, 터치스크린, 전자음향, 스테인리스스틸 작업을 넘나들며 국내에서는 흔치않은 ‘테크놀로지 아티스트’로 활약해온 심영철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음미할 수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심영철 중간회고전의 타이틀을 ‘춤추는 정원’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갖가지 첨단 매체를 두루 활용해가며 변화와 실험, 창작을 거듭해온 작가의 뜨거웠던 작업여정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심영철의 예술세계를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만지고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쌍방형 전시로 꾸며지는 것이 특징이다.

심영철의 유리 설치작품 ‘모뉴멘탈 가든(Monumental Garden)’. 2003년 [사진제공=제주현대미술관]

성신여대 조소과 출신으로 미국 UCLA 대학원을 마친 심영철은 지난 30여년간 일렉트로닉 가든(Electronic Garden), 모뉴멘탈 가든(Monumental Garden),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매트릭스 가든(Matrix Garden)이란 일련의 연작을 거쳐오며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구원의 문제, 인간과 인간의 사랑, 신과의 관계 등을 성찰해왔다. 순간과 영원, 죄와 구원, 인간과 창조주, 현실과 피안, 안과 밖, 현세와 우주라는 명제를 오랜 기간 복합채널을 통해 표현해온 것이다.

‘일렉트로닉 가든(전자정원)’에서는 에덴동산의 메시지를, ‘모뉴멘탈 가든’에서는 음(陰)과 양)陽),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구조를, ‘시크릿 가든’에서는 공간의 무한성과 에너지를 통해 명상과 치유를 형상해왔다. 

심영철의 유리 설치작품 ‘모뉴멘탈 가든(Monumental Garden)’. 2003년 [사진제공=제주현대미술관]

또 2012년부터 선보여온 ‘매트릭스 가든’에서는 현실과 허구, 그 무수한 조합이 만들어낸 인간과 우주의 매트릭스 구조를 표현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을 거듭해온 심영철의 개념적 정원들은 이번 제주현대미술관에서 ‘Cosmic Matrix’라는 컨셉으로 한데 어우러져 한층 진화된 우주의 색과 소리, 그리고 미지의 형상을 표현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작가의 초기작들이 한데 선보여 눈길을 끈다. 지난 1989년 제작한 ‘찢어진 휘장’이란 네온 설치작업은 젊은 작가의 뜨거운 신앙고백이 진솔하면서도 간결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검붉은 휘장막을 인간 모형으로 매단 뒤, 그 윤곽에 따라 붉은 빛 네온을 선(線)드로잉처럼 담백하게 설치한 다음 휘장막 뒤로 십자가 불빛을 오버랩시켰다. 많은 표현을 하지 않았음에도 작가의 간절한 소망이, 에너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감상자의 마음을 붙드는 작업이다.

심영철 ’매트릭스 가든- 빛의 꽃’. 높이 6m. 관람객이 금속구슬을 만지며 소리까지 듣는 관객참여형 작업이다.

1990년대들어 지속적으로 선보인 ‘전자정원’ 시리즈는 비디오 모니터, 유리, 스테인드글라스, 플라즈마, 네온, 자갈 등을 두루 활용해가며 현대의 시각에서 에덴동산을 표현한 작품이다. 버섯과 꽃, 나무 이미지를 3차원 영상과 홀로그램, 터치스크린, 전자음향, 유리, 보석을 활용해 표현한 설치작업은 당시로선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어 2000년대 발표한 ‘모뉴멘탈 가든’은 유리조각 기법으로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꽃의 정원을 만들어 생명의 가치를 성찰한 연작이다.

2012년부터는 심영철은 ‘매트릭스 가든(Matrix garden)’이란 타이틀 아래 현실과 허구, 그 무수한 조합이 만들어낸 인간과 우주의 매트릭스 구조를 표현하고 있다. 둥근 스테인리스스틸 볼(ball)과 광섬유를 재료로 작업하는 작가는 최근들어 미술과 기술, 음악, 빛이 하나로 통합된 멀티미디어 공(共)감각 예술을 구가 중이다. 

심영철 ‘매트릭스 가든-지혜의 눈’. 9개의 눈이 뿜어내는 오묘한 빛이 끝없이 변주된다. [사진제공=제주현대미술관]

특히 6m 높이의 대작 ‘매트릭스 가든- 빛의 꽃’은 가장 관심을 모은다. 작가는 “천상의 풍경과 소리를 소우주처럼 묘사하고 싶었다. 신의 오묘한 섭리가 인간 속에 온전히 드러나 있음을, 동시에 내 작업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을 추구해온 심영철의 개념적 정원들은 이번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춤추는 정원’이란 타이틀로 한데 어우러져 한층 더 진화된 ‘우주’의 색과 소리, 미지의 형상을 드러낼 예정이다. 오프닝 이벤트는 6월 14일 오후 3시 열린다. 전시는 오는 8월 22일까지. 064-710-7801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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