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는 5월 30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먼지의 날들(days of dust)‘이라는 타이틀로 초대전을 연다.
도시의 낡고 오래된 건물, 철거를 앞둔 아파트 등을 담담하면서도 서늘하게 그려 주목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그 공간 속에 거주했던 인간의 기억과 역사에 주목했다.
낡은 타자기, 전화기, 구식 텔레비전, 기념비적인 옛 건물과 시안 등을 통해 이제는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의 숨결을 특유의 잿빛 톤으로 아릿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 이리역 열차 폭파사건, 대연각호텔 화재사건, 4.19혁명 등 한국인에게 또렷이 각인된 사건들의 이면을 어루만진 작품들도 내걸렸다. 출품작은 총 30여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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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Writing, 2013, 한지에 아크릴, 150 x 210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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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Inventor, 2012, 한지에 아크릴, 81 x 123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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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Youth, 2012, 한지에 아크릴, 78 x 121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
전시 타이틀 ‘먼지의 날들’처럼 이번 작품들은 켜켜이 쌓인 먼지 속, 지나간 삶의 한 순간들을 조용히 반추하게 한다. 마치 옛 기록사진을 보는 듯한 섬세한 회화들은 1960~80년대 격변기, 그 뜨겁고 팍팍했던 시기를 찬찬히 돌아보게 만든다.
장발 단속에 걸린 나팔바지 차림의 청년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속 가녀린 소녀, 잡풀이 길게 자란 아파트놀이터 등은 정재호에 의해 미묘한 떨림과 울림을 지닌채 감상자에게 옛 순간을 환기시키며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전시는 6월22일까지.
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