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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 결투서 살아남는 ‘특별한 한수’
한화케미칼 사우디공장서 EVA 양산…효성 ‘꿈의 신소재’ 폴리케톤 첫 상용화LG화학 SAP · 아크릴산 투자 확대…

추격자 中 · 중동 따돌리기 전략강화…‘남들 못하는’ 특화제품 개발 총력전



“중국과 중동보다 더 싸게, 많이 만드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특화제품이 유일한 활로다.”

국내 화학업체 종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은 수요가 부진한데다, 대규모 공장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급속도로 높이고 있다. 중동은 값싼 원료를 기반으로 범용제품들을 양산한다. ‘남들은 못하는’ 특화제품이 유일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위기에 몰린 국내 화학업체들이 빠르게 범용에서 특화제품으로 주력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지합작사 인터내셔널폴리머스(IPC) 사우디아라비아 공장에서 조만간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최근 공장을 완공했고 현재 시험가동을 하고 있다. 상반기 중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EVA는 태양전지 시트와 신발 밑창, 접착제 등에 쓰이는 화학제품이다.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한화케미칼과 미국 듀폰, 일본 도소 등 전 세계적으로 6개 업체에 불과하다. 비교적 성능이 낮은 제품부터 고품질 제품까지 모든 종류의 EVA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그중에서도 한화케미칼과 미국 듀폰뿐이다. 한화케미칼은 연간 15만t의 EVA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공장 완공으로 울산ㆍ여수 공장 16만t과 합해 총 31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미국 듀폰(40만t)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다.

효성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폴리케톤이 특화무기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 주도 하에 세계 최초로 폴리케톤 상용화에 성공, 지난해 국내 133건, 미국과 유럽, 중국 등지에서 27건의 특허 출원 및 등록을 완료했다. 폴리케톤은 나일론보다 강도가 센 고분자 신소재로 자동차ㆍ전자ㆍ전기 분야 부품으로 활용된다.

현재 울산 용연공장에서 1000t 규모의 시제품을 생산하는 효성은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 용연부지에 5만t 규모의 폴리케톤 공장을 짓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전 세계 60조원 규모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0% 달성이 목표”라고 밝혔다.

LG화학은 기저귀에 쓰이는 SAP(고흡수성수지)와 아크릴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SAP의 주원료로 쓰이는 아크릴산은 아크릴섬유, 도료, 접착제, 코팅제 등 3000여종의 용도에 쓰이는 핵심원료다. 독일의 바스프, 미국 다우, 일본의 미쓰비시 등 일부 기업만 고유 공정기술을 보유해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 분야다. 세계시장 규모는 2012년 440만t에서 2017년 590만t으로 연평균 6%씩 성장하고 있다.

LG화학은 2015년까지 여수공장에 총 3200억원을 투자해 아크릴산 16만t과 SAP 8만t을 증설하고 있다. 증설이 완료되면 51만t의 아크릴산과 36만t의 SAP 대규모 일괄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SK케미칼은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일본 데이진과 합작사 이니츠를 설립하고 PPS(폴리페닐렌 설파이드) 생산을 위한 전용설비 구축에 들어갔다. 열에 강한 PPS는 열에 자동차 전자 전기 분야에서 서서히 금속을 대체하며 내년 7~8%씩 고성장하고 있다. 국내 화학업체가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케미칼은 내년 공장이 완공되면 PPS소재 ‘에코트란’으로만 2020년 3000억원, 2024년 35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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