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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라이프] 亞부호들이 축구장으로 간 까닭?
‘발렌시아’ 림 · ‘인터밀란’ 토히르 · ‘퀸즈파크’ 페르난데스…탁월한 사업수완 발판 인기투자처로
[특별취재팀] 몇 년 사이 축구계 최대 이슈는 유럽 명문 구단으로 흘러드는 ‘아시아 머니’다. 콧대 높은 유럽 구단들을 사들인 아시아 슈퍼리치들의 면모만 해도 오일머니 부호부터 카지노 재벌, 저가항공으로 돈을 벌어들인 부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장 최근 유럽 축구단을 인수한 아시아 부호는 싱가포르의 팜유 재벌 피터 림(60)이다. 피터 림은 지난 1월부터 인수협상을 시작, 9000만유로(한화 약 1265억원)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 축구팀인 발렌시아CF의 지분 70.4%를 취득했다.

피터 림은 24억달러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싱가포르 10대 부호다. 발렌시아에 아시아인 구단주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11채에 달하는 집과 25대의 페라리 등 피터 림의 재산에 대한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새 구단주의 곳간 사정은 구단 투자 규모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구단의 성적이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피터 림은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만 6000만유로의 선수영입금(한화 약 870억원)을 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의 1부리그 세리에A 소속 인터밀란에서 아시아인 구단주가 탄생했다. 인도네시아의 미디어 재벌인 에릭 토히르(44)가 인터밀란 지분 70%를 사들였다. 에릭 토히르는 영국계 인도네시아 자동차 기업 아스트라 창업주인 테디 토히르의 차남으로, 비바와 마하카 미디어 등 방송사를 운영하고 있다.

에릭 토히르는 다음달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6100만달러를 들여 인도네시아 내 브라질월드컵 중계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축구팬이 많아, 에릭이 인터밀란을 인수했을 때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1100만명의 인터밀란 팬이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아시아 자본의 명문 구단 진출은 영국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 CEO인 토니 페르난데스(50)는 2011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를 인수했다.

토니 페르난데스는 2001년 1100만달러의 빚을 안고 있던 말레이시아 국영항공사를 떠맡아, 에어아시아를 아시아 최대의 저가항공사로 키워냈다. 에어아시아는 설립 11년만에 1억9000만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알짜 항공사로 거듭났고, 토니 페르난데스는 말레이시아에서 손꼽히는 부호가 됐다. 올해 포브스가 추산한 그의 자산은 6억5000만달러로, 말레이시아의 28번째 부자다.

인도의 양계업체 벤키스(Venky’s)는 2300만유로를 들여 영국 2부 리그인 챔피언스리그 소속 블랙번 로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구단주 역할은 벤키스 회장인 아누라드하 데사이가 맡고 있지만, VH그룹의 자회사인 벤키스가 팀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게 정확하다. VH그룹은 창업주인 파드마쉬르 라오 박사의 가족과 친구들이 지분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형태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벤키스는 양계업으로 시작해 건강식품, 반려동물 용품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힌 기업으로, 10조원 상당의 시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자본이 유럽 명문 구단으로 향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유럽은 축구가 스포츠를 넘어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스타 선수는 경기장으로 팬들을 끌어모으고, 상품 판매에 일조한다. 선수들이 이적을 할 때마다 수천억의 이적료가 오가기도 한다. 스포츠도 엔터테인먼트의 일종으로 소비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축구 구단이 인기 투자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의 산업화가 진행되는 것과 달리, 전통을 고수하는 구단의 사업 수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市)에서 운영하고 시민들의 참여로 구단이 굴러가는 형태도 많다. 경기장 보수 등 큰 돈이 들어가는 사안은 시민들의 참여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렵다. 발렌시아만 해도 3억6000만유로(한화 약 5061억원)의 빚이 있는 상태에서 새 경기장 건립 등의 난제까지 안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부호들의 스포츠 사랑이 더해져서 유럽 축구단의 아시아풍(風)이 더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터 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주제로 꾸민 술집을 여러 곳 운영할 정도로 축구 팬이었다. 에릭 토히르도 소문난 스포츠 광팬으로, 축구팀 외에도 필라델피아 76ers(NBA), DC유나이티드(미국 프로축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의 축구 구단은 전통과 명망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아시아 부호들에게는 명문 구단이 슈퍼리치계의 주류에 진입하려는 방편 중 하나로 활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토니 페르난데스(엡손 칼리지, 런던 정경대) 등 아시아인 구단주들은 유럽 조기유학을 통해 이 같은 문화를 몸에 익힌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의욕만 앞서다 보면 끝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홍콩과 마카오의 카지노 재벌인 카슨 영은 2009년 1700만유로를 들여 영국 챔피언스리그의 버밍엄시티FC를 인수했으나, 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황급히 버밍엄시티를 팔았다.

쿠데타를 피해 외국으로 나간 길에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했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도 권력남용 혐의로 태국 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구단을 현 맨시티 구단주인 만수르에게 급매(?)했다.

카디프시티 구단주인 빈센트 탄은 16억달러라는 자산에 걸맞지 않게 구단의 세세한 사항까지 일일이 통제하려 들어 관계자와 팬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구단 내 불협화음 끝에 카디프시티는 결국 다음 시즌 2부리그로의 강등이 확정됐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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