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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佛 경제위기 파고든 금전만능주의 ‘아해 스캔들’
도피 중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범죄자 신분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아해라는 이름의 ’위대한‘ 사진 예술가(?)다.

그는 프랑스의 경제 위기 상황을 이용해 막대한 자금력으로 현지 문화예술계를 쥐락펴락했다. 그러나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사진 작가의 등단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대중에게 아해라는 이름을 알린 것도 그의 ‘사진’이 아니었다. 그는 2012년 5월 프랑스의 남부 시골마을 꾸르베피(Courbefy)매입을 위해 52만유로(약7억7000만원)라는 거액을 베팅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그 해 6월 루브르 박물관의 튀를리(Tuileries) 정원, 2013년 6월 베르사유 궁전, 2014년 3월 파리 소더비에서 사진전을 열었고 도피 중인 올해도 7월 프랑스 콩피에뉴(Compiegne)시 갈라 콘서트에서 사진전이 예정돼 있다. 내년 5월에는 ‘파리 필하모니’홀에서 사진전이 잡혀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아해는 이들 전시회 출전 티켓을 모두 돈을 주고 샀다. 프랑스에서는 기부금을 낸 작가가 그 댓가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에겐 예외였다.

프랑스의 경제 위기는 그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로 다가왔다.

그의 첫 전시회가 열렸을 당시 프랑스에는 17년 만에 좌파 정권인 프랑수와 올랑드 정부가 들어섰다. 유럽 전역을 휩쓴 경제 위기로 프랑스의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2012년 5월 집권한 정부는 문화예술을 포함한 공공부문 지출에 메스를 댔다. 예술품에 대한 과세도 검토됐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준비하는 협회들은 돈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기업 후원금도 씨가 말랐다.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자 문화적 자존심마저 중심추를 잃고 흔들렸다.

베르사유 궁전은 정원 분수대를 보수하는 데 돈이 필요했고 파리 필하모니홀을 짓는데 돈이 모자랐다. 아해는 그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극찬과 박수갈채가 앞다퉈 쏟아졌다. 그러나 그 순수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아해에게 처음 전시회 기회를 준 전 루브르 박물관장 ‘앙리 루와레트(Henri Loyrette)’는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메세나 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 박물관장인 ’카트린 페가르(Catherine Pegard)‘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 시절 엘리제궁에서 정치 고문으로 일했다. 그녀는 지난 2011년 신임 관장에 임명될 때도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됐었다.

프랑스의 경제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성장률은 여전히 0%대 수준이고 실업자 수는 사상 최고(330만명)다. 루브르 박물관 예산은 지난해보다 4% 이상 삭감될 것이라고 한다.

2년 전과 상황이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아해의 질주는 더 속도를 낼 것이다. 검찰이 그를 꼭 잡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상현 기자 src@heraldcorp.com/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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