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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 요양병원 화재] 故 장이식 씨 유족 “죽은 형, 부모님 살리려고 다퉜나 싶어요”
[헤럴드경제(장성)=김기훈ㆍ손수용 기자] “죽은 형이 부모님을 살리려고 전날 밤 병실에서 다퉜나 싶어요.”

28일 광주 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장종식(46) 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다. 그는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사고로 숨진 고(故) 장이식(57) 씨의 친동생이다.

숨진 장 씨는 1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1년간 효사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 평소 관절이 좋지 않았던 장 씨의 아버지(87)와 어머니(84)가 4개월 전 ‘큰 아들이 보고 싶다’며 이 병원에 함께 입원했다. 세 가족이 그렇게 함께 3010호 병실에 입원해 지내왔다.

“형은 유쾌한 사람이었다. 명동에서도 큰 호텔 총지배인이었고 워낙 성격이 좋아서 병원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다.” 동생 종식 씨는 겨우 입술을 깨물어가며 말을 이었다.

고인은 1년여 전 동생과 바둑을 두다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병세는 좀처럼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몸을 똑바로 편 채 걷지 못하던 그가 꼿꼿이 몸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과 한 병실을 쓴 이후부터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몸에 살도 오르고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고 동생은 말했다.

“(사고 발생) 나흘 전에 제가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에 바람을 쐬러 갔는데, 형이 ‘부모님이 곁에 안 계시니 외롭다’며 그동안 밤에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

28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사랑요양병원 본관 유가족 대기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병실로 돌아온 27일 밤, 형과 아버지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국 “오늘 밤 형이랑은 같이 못 잔다”며 다른 병실로 잠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날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화마가 병원을 덮쳤다.

노부부는 유독가스를 피해 겨우 탈출할 수 있었으나 장 씨는 결국 그러질 못했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홀로 숨을 거둔 형을 생각하며 동생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형이 나흘 간이나 잠을 못 잤다더니…. 부모님 오시고 그제야 깊은 잠이 들었던 거다. 하필 불이 난 밤에 안심하고 푹 잠이 든 바람에서 영영 못 깨어나게 돼버렸다.”

형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고마움 사이에서 종식 씨는 다시 오열했다.

“형이 아버지와 다툴 땐 정말 왜 저러나 싶었는데, 형 때문에 부모님이 병실을 옮겨 살게 된 거다. 결국 부모님을 살리려고 다툰 것이었습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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